오피니언 해외칼럼

모든 이에게 '안전한 물'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세계은행의 전망에 따르면 2035년이 되면 30억 명이 물 부족 현상으로 심각한 곤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대부분은 개도국.저개발국 국민이며, 특히 아프리카.중동.남아시아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 부족은 개별 국민에게 고통을 안길 뿐 아니라, 국가 차원의 경제 성장을 심각하게 저해한다. 남미에서는 전 인구의 15%에 해당하는 7600만 명이 안전한 수돗물을 공급받지 못하며, 1억1600만 명은 하수도 설비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아프리카 대부분과 아시아 일부 지역은 이보다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하다.

이런 상황은 선진국의 경우 상상조차 힘들다. 선진국에선 시민들이 마실 물은 물론, 농경지를 위한 관개시설과 하수도 설비 혜택까지 풍족하게 누리고 있다. 선진국일수록 이른 시기부터 수자원 사회간접자본에 꾸준히 투자해 왔기 때문이다. 시설뿐 아니라 이 시설을 관리하는 기구와 사람에 대한 투자도 지속돼 왔다.

물론 선진국들의 타고난 조건이 좀 더 유리한 것도 사실이다. 기후변화가 급작스럽지 않고, 강우량도 일정한 편이며, 홍수와 가뭄의 위험도 크지 않다. 하지만 선진국이라고 물 관련 재해에서 마냥 안전한 것만은 아니다. 미국 뉴올리언스 지역이 겪었던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재앙이 대표적 사례다.

만약 이런 재앙이 개도국에서 발생한다면 그 피해 규모는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사회.경제적 영향이 크고, 대규모 인명 손실이 생긴다. 특히 멕시코만과 중앙아메리카 지역에선 이런 비극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형편이 넉넉지 못한 이들 지역의 정부는 손을 못 쓰고 있다.

에티오피아와 예멘이 대표적 사례다. 에티오피아의 경제성장 잠재력은 계절적 강수량에 의해 좌우되는 경향을 보여준다. 가뭄 한 건이 상당기간 지속하면 성장 잠재력이 10%나 떨어지곤 한다. 예멘의 경우는 아예 하천이나 호수 같은 표층수가 존재하지 않아 시민들이 마실 물을 내리는 비에 100% 의존하고 있다.

수자원 개발 원조는 각국의 사정을 살펴 맞춤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어떤 국가는 운하나 인공수로가, 어떤 국가는 제방이나 둑이 더 급할 것이다. 어떤 국가는 더 깊은 저수지 건설이 시급하지만, 좀 더 발전한 국가는 상수도 여과 시설이나 수도관 시설이 필요할 수도 있다.

원조가 성공하려면 단순히 사회간접자본을 건설해 주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이 시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보수할 수 있는 인력과 기구, 제도가 함께 지원돼야 한다. 환경적 영향을 분석하면서 시설이 지어진 뒤에도 적은 비용으로 효과적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또 지원을 하는 국가뿐 아니라 지원받는 국가의 정부, 민간부문, 지역정부가 모두 함께 참여해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 세계 물 포럼에선 효과적인 수자원 원조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다.

캐서린 시에라 세계은행 사회간접자본 담당 부총재

정리=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