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우리가 태극기 들면 북한이 인공기 들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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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페럴림픽대회 성공을 위한 후원기업 신년 다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페럴림픽대회 성공을 위한 후원기업 신년 다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우리가 태극기를 들면 북한이 인공기를 들 것이다"라며 "그런 게 종합적으로 고려됐다"고 한반도기를 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국무총리는 16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신년 기자단 오찬간담회를 열고 "우리는 태극기를 드는데 북한에 아무것도 들지 말라는 것은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선수단 입장 첫 장면에 대형태극기가 들어간다. 그것을 모르고 있거나 알고도 무시하는 것 같다"며 "각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주최국이라서 맨 마지막에 입장할 때 한반도기를 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 식으로 남북 동시 입장을 7번 했다"며 전례를 강조하기도 했다.

여자아이스하키 종목과 관련한 논란에서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는 것이 우리 선수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그는 "아이스하키는 선수들이 경기 시간 전체를 계속 뛰는 게 아니라 1∼2분씩 계속 교대를 한다. 북한 선수가 우리 선수의 쿼터를 뺏는 게 아니라 선수단 규모가 커지는 것으로 협의 중"이라고 했다.

단일팀 구성이 우리 측 선수들의 기회를 박탈한다는 논란에 대해서도 "여자아이스하키가 메달권에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팀은 세계랭킹 22위, 북한은 25위이다. 우리 팀은 올림픽에서 한두 번이라도 이기는 것을 당면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선수 가운데 기량이 뛰어난 선수 몇 명을 추가해 1∼2분씩 함께 뜀으로써 전력이 강화되는 것을 선수들도 받아들이는 것으로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총리는 이번 평창올림픽에서의 북한과의 공조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그는 먼저 "과거의 단일팀 구성이나 공동입장 때보다 상대적으로 우려가 큰 것은 핵미사일을 고도화하고 있는 북한이라서 그렇다고 이해한다"고 세간의 우려를 인정했다. 이어 "그러한 북한이라서 대화의 통로를 확보하는 게 더 긴요할 수 있다. 거기에서 얻어지는 것은 무형이라도 소중하다"고 했다.

이 총리는 "이런 것을 국민이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화 자체가 단절된 상태로 평창올림픽을 치르면 어땠겠냐"며 "그런 것에 비하면 북한 참가와 그에 따르는 문제는 수용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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