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 “‘빨갱이’ 공격에 文 대통령, 참담함 느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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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오른쪽)이 2011년 7월 서울 중구 정동 이화여고 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문재인의 운명’ 북콘서트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오른쪽)이 2011년 7월 서울 중구 정동 이화여고 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문재인의 운명’ 북콘서트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지만 지난해 대선 이후 “내 역할은 끝났다”며 스스로 퇴장을 선언한 양정철(54)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자신의 저서에서 대선 뒷이야기를 살짝 언급했다.

양 전 비서관은 15일 새로 펴낸 『세상을 바꾸는 언어』라는 제목에 ‘민주주의로 가는 말과 글의 힘’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에서 ‘빨갱이’라는 표현을 “정치인 막말 가운데 천벌 받을 말”로 규정했다.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쓴 『세상을 바꾸는 언어』 [사진 메디치미디어]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쓴 『세상을 바꾸는 언어』 [사진 메디치미디어]

그는 2012년 대선 문 대통령을 보좌했을 당시 일부 ‘빨갱이’ 프레임 공격에 대해 언급하면서 “‘문재인은 빨갱이, 좌파, 종북’ 같은 공격이 대선판을 뒤흔들 수 있다는 정치 현실에 문 대통령은 참담함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양 전 비서관은 또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일부 극성 네티즌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도 온라인 토론과 댓글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데 고민이 깊었다”며 “미안한 얘기지만 한편으로는 큰 부담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선거 상황에서 강력한 결집력을 지닌 온라인 지지자들은 문 대통령에게 무척 고마운 분들이었지만 그 가운데 극히 일부는 인터넷 공간에서 지지 성향이 다른 네티즌들에게 배타적 폐쇄성을 드러내기도 했다”며 “결국 당내 경선 기간에 다른 후보들이 문 후보를 비판하는 소재가 됐다. 많은 이들은 강력한 비판 댓글이 문재인 캠프와 연계된 조직적인 것으로 오해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양 전 비서관은 “역사 속 인물을 둘러싼 양 진영의 극단적 대립을 몸에 난 상처에 비유할 수도 있겠다”며 “진보진영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보수진영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역사 속 인물로 존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이번 책에서 2012년과 2017년 대선 뒷얘기 등 정치와 관련한 이슈의 분량이 적다는 게 눈에 띈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 당선이 일등공신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만큼 대선 후일담과 정치복귀 등에 관한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책의 후반부 ‘존중의 언어’ 부분의 소주제인 ‘다음 대통령 조건’ 정도가 정치 관련 내용으로 보인다.

양 전 비서관은 북 콘서트를 하기 위해 17일 잠시 귀국한다. 오는 30일과 다음 달 6일 예정된 두 차례의 북 콘서트 이후 그의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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