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한국신 또 "부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2시간10분 벽 돌파를 장담했던 한국남자마라톤이 「기록보다는 순위」에 집착한 국가대표들의 졸렬한 레이스 운영으로 기록경신의 꿈은 무산되고 말았다.
20일 오전 10시 잠실 주경기장을 출발, 한강변도로를 순회하는 42.195㎞ 올림픽마라톤코스에서 벌어진 서울올림픽 출전대표 선발전 겸 제 59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주전급 대표선수 대부분이 순위에 집착한 그룹레이스로 일관한 끝에 한국 최고기록경신에 실패했다.
남자국가대표 선수 중 국내랭킹 3위 김원탁(김원탁·동양나일론)이 자신의 최고기록에 15초 못 미치는 2시간12분41초로 1위를 차지했을 뿐 나머지 국가대표선수들은 15분대를 넘어 5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부진을 보였다.
반면 86아시안게임 이후 국가대표에서 제외됐던 노장 유재성(유재성·제일제당)이 자신의 최고기록을 1분17초 앞당긴 2시간12분49초로 2위를 차지, 재기에 성공했고 무명의 권성락(권성락·대구은행)은 자신의 기록(2시간31분대)을 무려 18분 이상 단축한 2시간12분51초를 마크, 3위에 올랐다.
한편 여자부에서는 국내 1위 김미경(김미경)이 무릎부상으로 불참, 초반부터 외로운 독주를 거듭한 이미옥(이미옥· 산업기지)이 2시간33분14초를 마크, 한국최고기록(2시간32분40초)에는 34초 못 미치나 자신의 최고기록을 1분39초 경신하며 1위를 차지했다.
남자대표선수들의 이 같은 몰락현상은 지나친 승부의식에 사로잡혀 소극적인 레이스로 일관한 때문.
올림픽출전권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3위 이내에 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선수나 코치들에게 크게 작용, 시종 그룹을 이뤄 서로를 견제한 것이 기록경신은 고사하고 선수자신들의 레이스리듬마저 깨뜨려 오히려 기록후퇴의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동아마라톤기록
▲남자부=①김원탁(동양나일론) 2시간12분41초 ②유재성(제일제당) 2시간12분49초 ③권성락(대구은행) 2시간12분51초 ④한재활(진로) 2시간13분6초 ⑤김영길(대구은행) 2시간13분8초
▲여자부=①이미옥(산업기지) 2시간33분14초 ②임은주(논노) 2시간41분52초 ③안영옥(제일제당) 2시간42분8초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