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잭팟' 온라인 음원 회사의 남다른 장사법

중앙일보

입력

IPO 풍년을 앞두고 중국 IT 업계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비상장 기업으로는 중국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샤오미, 세계 최대 P2P 플랫폼 루팍스. 그리고 알리페이를 보유한 알리바바의 형제 핀테크 기업 앤트파이낸셜까지. 올해 상장이 예상되는 중국 기업들이다. 덩달아 알리바바, 텐센트에 이어 새로운 '잭팟'을 꿈꾸는 전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중국으로 쏠리고 있다.

텐센트 뮤직 엔터테인먼트 그룹(TME) 산하의 QQ 뮤직 [자료: QQ뮤직 홈페이지]

텐센트 뮤직 엔터테인먼트 그룹(TME) 산하의 QQ 뮤직 [자료: QQ뮤직 홈페이지]

텐센트 뮤직 엔터테인먼트 그룹(TME)역시 올해 대박 IPO를 앞두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텐센트 산하의 음원 사업 플랫폼인 TME는 올해 미국 나스닥 혹은 홍콩 증시에서 IPO를 진행, 최소 10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상장 후 TME의 기업 가치는 약 100억 달러(약 10조 6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저작권을 쓸어담다

온라인 음악 시장의 승패는 누가 더 많은 음원 저작권을 보유했는지에 달렸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군가 한 곳의 유료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를 골라야 한다고 치자. 당연히 그 기준은 "자신이 듣고 싶은 노래를 들을 수 있느냐"일 것이다.

세계 3대 음반사 중 한 곳인 유니버설 뮤직 [자료: 유니버설 뮤직 홈페이지]

세계 3대 음반사 중 한 곳인 유니버설 뮤직 [자료: 유니버설 뮤직 홈페이지]

TME는 지난해 5월 세계 3대 음반사 중 한 곳인 유니버설 뮤직의 중국 시장 독점 저작권을 확보했다. 알리바바, 바이두, 넷이즈 등 중국 대형 인터넷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다. 이 과정에서 애초 3~4000만 달러로 예상됐던 유니버설 뮤직 저작권의 몸값은 '3억 5000만달러+1억 달러의 지분투자'까지 뛰어올랐다.

이로써 TME는 세계 3대 음반사인 워너뮤직, 유니버설 뮤직, 소니 뮤직의 중국 내 독점 저작권을 모두 확보한 음악 스트리밍 업체가 됐다. 중국 내 다른 스트리밍 사이트가 이들의 음원을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TME의 허락과 함께 일정한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TME는 이외에도 YG, 로엔, 큐브, 화이 브라더스 등 200여개 음반사 및 기획사와 저작권 계약을 체결, 약 1700만곡의 음원을 확보한 상태다. 이는 중국 음원 저작권 시장의 약 70%에 해당하는 규모다.

[자료: 한국 콘텐츠 진흥원]

[자료: 한국 콘텐츠 진흥원]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한 TME의 중국 음원 시장 내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파트너와는 저작권 교환을 통해 부족한 음원들을 채워나갈 수 있고, 동시에 라이벌에게는 저작권 공급을 차단, 해당 음원 서비스를 불법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TME는 지난해 9월  알리바바와 저작권 교환 계약을 체결하는 한편,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넷이즈 뮤직의 음원들을 차단하는 공세에 나서기도 했다. 텐센트의 음원 저작권 독점이 중국 온라인 음악 시장의 발전을 막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이유다.

TME에는 쿠거우(酷狗)뮤직, QQ뮤직, 쿠워(酷我)뮤직 등 3개의 온라인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 2016년 기준 이들의 중국 음악 스트리밍 시장 점유율은 각각 1위, 2위, 3위다. 2016년 7월 QQ뮤직이 나머지 두회사를 인수하면서 탄생한 회사가 바로 TME다.

2016년 기준 TME의 월간 액티브 유저는 6억 명에 달한다. 누적 유료 서비스 이용자수도 1억 2000만명을 넘은 상태다. 애플 뮤직, 스포티파이 다음으로 전세계에서 3번째로 큰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다.

[자료: 한국 콘텐츠 진흥원]

[자료: 한국 콘텐츠 진흥원]

TME의 성장이 본격화한 배경에는 지난 2015년 중국 정부가 시행한 저작권 강화 조치가 있다. 그동안 중국 온라인 음악 시장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던 불법 음원들이 대거 철퇴를 맞으면서, 높은 가격의 저작권 경쟁을 버틸 수 있는 대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된 것이다.

실제로 TME는 강도 높은 저작권 법이 시행되기 전인 2014년부터 꾸준히 유료 디지털 음반을 출시하고, 온라인 음원 저작권 협회를 주도하는 등 유료 음원 시대에 적극적으로 준비해왔다. 그 결과 2017년 3월 기준 TME의 유료 디지털 앨범 누적 판매액은 2억 위안에 달한다.

음악, SNS를 만나다.

2017년  TME의 매출은 전년대비 약 80% 증가한 90억 위안(약 1조 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당기 순이익도 16억 위안(약 2600억원)을 넘어섰다. 수익성만 놓고 보면 음원 스트리밍 회사로는 세계 최대 수준이다(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는 지난해 6억 달러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정작 음원 유료 스트리밍을 통한 수익은 '새발의 피' 수준이다. 2017년 기준 TME의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자 수는 약 1500만명으로 전체 이용자의 2%에 불과하다. 반면 저작권 확보에 들어가는 돈은 천문학적으로 치솟고 있다. 한마디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업인 셈이다.

음악공연 인터넷 생방송 플랫폼 쿠거우즈보 [사진: 쿠거우즈보 홈페이지]

음악공연 인터넷 생방송 플랫폼 쿠거우즈보 [사진: 쿠거우즈보 홈페이지]

그렇다면 TME의 수익은 어디서 나는 것일까?

바로 음원을 활용한 파생 서비스. 그리고 여기서 나오는 광고 수익이다. 온라인 노래방 서비스 췐민K거(全民K歌)와 음악 기반의 인터넷 방송 플랫폼인 쿠거우즈보(酷狗直播), 메신저 QQ에 유료 음원, 동영상 등을 올릴 수 있는 그린다이아몬드(绿钻)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온라인 노래방 '췐민K거'의 누적 회원수는 약 4억 6000만명에 달한다. 하루 평균 3500만명이 접속해 노래를 부르고, 자신의 영상으로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더 다양한 노래를 즐기기 위해 유료 VIP 서비스에 가입한다. 동시에 자신이 좋아하는 아마추어 가수에게 돈을 지불하거나 선물을 보내기도 한다. 직접 음반도 제작할 수 있다. TME가 음악을 통해 돈을 버는 방식이다.

쿠거우즈보는 콘서트를 생중계하는 인터넷 생방송 플랫폼이다. 리위춘(李宇春), 리제(李杰) 등 유명 가수의 콘서트는 물론, 인디 뮤지션들의 공연도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다. 지난 2015년 5월 쿠거우즈보 팬들의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진행된 광둥성 출신 가수 '모나 장(张梦弘)'의 온라인 콘서트에는 약 30만명이 동시 접속, 153만 위안(2억 5000만원) 상당의 선물(아프리카 TV의 별풍선과 같다)을 날렸다.

온라인 노래방 서비스 췐민K거 [사진: 췐민K거]

온라인 노래방 서비스 췐민K거 [사진: 췐민K거]

메신저 QQ 이용자들이 음원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QQ 뮤직 그린다이아몬드 서비스의 유료 회원 수도 1억 2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린 다아이몬드 VIP 서비스의 한달 이용료는 18위안, 우리돈으로 약 3000원 정도다. 8억 5000만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QQ 메신저를 통해 자연스럽게 TME의 음원 서비스를 넘나들 수 있다.

이 세가지 서비스의 공통점은 SNS와 강력하게 연결되있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콘텐츠들은 전세계 10억 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텐센트 산하의 메신저 서비스인 QQ와 위챗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소비된다. 중국 젊은이들이 기꺼이 TME의 음악 서비스에 지갑을 여는 이유이자, TME가 음원 스트리밍 사업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비결이다.

"중국의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들이 유료 회원을 통해 버는 돈보다, 저작권을 구입하는 데 드는 비용이 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TME에게 투자하는 것은, 중국 음원 시장에 대한 기대보다는 텐센트가 보유한 거대한 SNS 제국과 만들어 낼 시너지 효과 때문일 것이다." 중국 테크 미디어 타이메이티(钛媒体)의 설명이다.

차이나랩 이승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