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망치는 여론테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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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정당의 공천윤곽이 드러나면서 낙천자들의 반발과 갖가지 뒷소문으로 당내가 온통 어수선하다.
당사 앞에는 낙천자의 지구당 당원·지지자들이 몰려들어 누가 되어야 한다느니, 공천기준을 밝히라고 외치고있다.
그런가하면 낙천자를 놓고 온갖 소문들이 돌아다니기도 한다. 누구는 국회의원직을 가지고 장난을 쳤다더라,
어떤 사람에게는 무슨 스캔들이 있다는 등 확인되지 않는 것들이다. 누구는 무능하고, 누구는 대인관계가 원활하지 못하고….
광범위하게 여론테스트를 받는 감이 있다. 소문을 흘려놓고 그 반응을 떠보는 식이다.
이러다보니 한번 여론 테스트에 올려진 사람은 공적인 활동뿐 아니라 사생활까지도 드러나 인민재판을 받는 격이 되고 만다.
언젠가 의원직출마를 포기한 한 의원이 민정당을 두고두고 원망하는 소리를 했다. 그가 물러나자 그의 사퇴를 「정당화」시키려는 온갖 소문들이 흘러나오더라는 것이다.
사람끼리의 관계마저 끊는 방법이다.
공직이란 물러날 수도 있는 일이고, 또 탈락되는 수도 있는 법이다. 그러나 공직에서 물러날 사유가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사람을 아주 망쳐버리는 수법을 쓰는 것은 온당치 못한 것 같다.
정당한 기준이 있다면 그 기준에 맞추면 그뿐일 것이다.
민정당은 처음 공천을 시작하면서 여러가지 기준을 제시했었다. 화합정치에 맞고 세대간 조화를 꾀한다는 등의 원칙에 맞춰 결정이 이뤄진다면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그동안 심사과정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들은 생각했던 사람들이 사양하는가하면, 어떤 곳은 넘치고 다른 곳은 모자라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감도 있다. 일부에서는 「내사람」「네사람」하는 식으로 정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역기반보다 중앙당 근처에 있었다는 연분, 공천심사위원과의 친소관계 등도 작용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중앙당에서 「하향 낙점식」으로 공천하는 이런 습성들이 지속되는한 민정당이 국민속에 뿌리내리기는 아직도 요원한 것 같다. 김영배<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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