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현대차, 실적에 울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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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대장주' 삼성전자와 '대표주' 하이닉스가 영 무기력하다. 9일 현대차는 전날보다 소폭 상승했으나 최근 5일 동안 3%가 빠지며 비틀거렸다. 삼성전자는 연일 연중 최저를 경신중이다.

두 종목은 연초 증시 급락때 지수를 지켜내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주더니 최근엔 맥없이 하락해 되레 지수 하락의 '주범'이 되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이날 장중 줄곧 오름세를 보이다가 삼성전자가 막판에 급락하면서 전날보다 2.84포인트 떨어진 1311포인트로 마감했다.

현대증권 김영각 연구원은 "세계 주요국이 금리 인상 움직임을 보이는데다 1분기 실적 악화까지 겹쳐 당분간 삼성전자 등 대표주들의 주가 상승은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바닥은 어디=IT업종의 하락은 외국인들이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이 2조원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나오면서 실적에 민감한 외국인의 매도가 몰렸다. 1월에 각 증권사들이 내놓은 삼성전자 영업이익 예상치는 평균 2조 4658억원이었다. 이날 하루 외국인이 거래소에서 순매도한 2417억원 가운데 1761억원이 IT업종이었다.

삼성전자는 이날 61만 5000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초에 기록한 52주 최고가 74만3000원에 비해 17.22%나 빠진 것이다. 전날보다 1.19% 떨어진 하이닉스 역시 연초 최고가에서 25% 넘게 하락한 2만9100원에 장을 마쳤다.

반면 현대차는 사흘간의 하락세를 끝내고 0.88% 오른 8만700원에 마감했다. 그러나 연초 10만원을 바라보던 최고가에 비하면 크게 하락한 상태다. 역시 실적이 걸림돌이었다. 현대차의 2월 미국 시장 점유율은 2.7%로 전년 동기에 비해 올랐으나 예상보다는 저조했다.

◆"당분간은 반등 어렵다"=대우증권 한요섭 연구원은 "IT업종들의 주력 제품인 낸드 플래시 메모리 시장이 비수기를 맞은데다 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며, 현대차는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이 많이 약해진 모습"이라며 "상반기 중엔 두 대표주가 반등할만한 호재가 없다"고 말했다.

낸드 플래시 메모리는 MP3 플레이어 등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핵심 저장장치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세계시장의 65%를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애플의 MP3 플레이어 iPod 판매가 저조하고 당초 낸드 플래시 장착이 예상됐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가 하드디스크 장착으로 돌면서 실적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저가 매수 기회될수도=증권업계에서는 "IT업종이나 자동차 업계 모두 하반기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만큼 지금 팔기보다는 오히려 저가 매수를 노리는 것도 방법"이라며 "그러나 당분간 대표주 관련 호재가 없으니만큼 내수주 위주의 전략을 짜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황중락 팀장은 "현재 주가가 1분기 실적을 반영하고 있다고 해도 다음달 실제 영업이익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드러나면 하반기 실적개선에 대한 전망도 어두울 수 밖에 없다"며 "다음달 실적발표 전까지 투자불안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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