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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방화냐? 실화냐?…‘광주 3남매 사망’ 화재 재구성해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광주광역시에서 발생한 화재로 3남매가 숨진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이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은 화재 현장에 폐쇄회로TV(CCTV)나 목격자가 없었다는 점에서 3남매의 어머니를 상대로 한 심문을 통해 방화인지 실화인지 여부를 가릴 방침이다.

경찰, 친모 구속영장…방화 여부 조사중 #“베란다 아닌 작은방서 신고” 진술 번복 #불났는데도 자식 구출않고 베란다로 나가 #경찰에 체포된 후에는 유치장서 잠만 자 #“나 때문에 불난것 같다” 실화혐의는 인정 #경찰, “부검·거짓말탐지기로 진상 밝힐것”

지난달 31일 광주광역시 북구 두암동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3남매가 숨졌다. 사진은 이날 술을 마시고 귀가하는 3남매 친모의 모습. [사진 광주지방경찰청]

지난달 31일 광주광역시 북구 두암동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3남매가 숨졌다. 사진은 이날 술을 마시고 귀가하는 3남매 친모의 모습. [사진 광주지방경찰청]

광주 북부경찰서는 1일 “아파트 화재로 사망한 3남매의 어머니 A(22)씨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통해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에 대한 추가조사를 한 후 이날 오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지난달 31일 오전 2시26분쯤 광주광역시 북구 두암동 한 아파트 11층에서 불이 나게 해 3남매가 숨지는 원인을 제공한 혐의(중과실치사)로 긴급체포 됐다. 경찰은 화재 원인이 가정불화를 비관한 방화에 의한 것인지 실수에 의한 것인지를 밝히기 위해 A씨의 사건 당일 행적과 진술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불이 나 3남매가 숨진 광주광역시 북구 두암동 아파트 내부. [사진 광주지방경찰청]

지난달 31일 불이 나 3남매가 숨진 광주광역시 북구 두암동 아파트 내부. [사진 광주지방경찰청]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사건 전날인 지난달 30일 오후 7시쯤 남편에게 4세·2세 남아, 생후 15개월 여아 등 3남매를 맡긴 채 외출했다. 남편 B(21)씨는 나흘 전 이혼했지만 이날까지 한 집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A씨는 외출 후 친구와 소주 9잔을 마시고 동전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른 뒤 다음날인 31일 오전 1시53분쯤 귀가했다. 이날 아파트 CCTV에는 A씨가 술에 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상태로 엘리베이터를 타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A씨는 “귀가 후 냉장고 앞에서 담배를 피우다 막내가 칭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작은방에 들어가 달래주다가 잠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평소에도 담배를 이불 등에 비벼 껐다”는 A씨의 진술을 토대로 실화에 의한 화재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중실화 혐의를 적용했다. 형법상 중과실치사죄는 5년 이하 금고나 2000만원 이하 벌금, 중실화죄는 3년 이하 금고나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지난달 31일 불이 나 3남매가 숨진 광주광역시 북구 두암동 아파트 내부. [사진 광주지방경찰청]

지난달 31일 불이 나 3남매가 숨진 광주광역시 북구 두암동 아파트 내부. [사진 광주지방경찰청]

경찰은 방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하고 있다. 당초 “귀가 후 라면을 끓이려고 가스레인지에 불을 켠 뒤 잠들었다”고 진술한 A씨가 “담뱃불을 이불에 비벼 껐다”고 말을 바꿨기 때문이다. 경찰은 불이 난 후에도 아이들을 대피시키지 않고 혼자 베란다로 나간 점 등에서 고의로 불을 질렀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A씨는 전날 “나 때문에 불이 난 것 같다”고 실화 혐의를 인정했지만 “불이 난 후 아이들을 구하려 했지만, 이미 작은방 안 내부로 불길이 번져 진입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A씨가 화재 발생 16분 전인 오전 2시10분쯤까지 남편에게 총 7차례 통화를 시도한 데 대한 추가조사도 하고 있다. A씨는 불이 나기 전 7차례 전화를 건 후 불이 난 후 작은방에서 1차례, 베란다에서 구조된 직후 1차례 등 9차례에 걸쳐 통화하거나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이 과정에서 A씨는 “나 죽어븐다(죽어버린다)”는 메시지도 B씨에게 보냈다. A씨는 당초 “불이 난 후 베란다에서 신고했다”고 말했으나 이후 “작은방에서 남편과 112에 신고를 했다”며 진술을 바꿨다.

A씨 부부는 지난해 12월 27일 이혼했으며 자녀 양육 문제로 자주 다퉈왔다. A씨가 자녀 양육을 담당하고 B씨가 매달 약 90만원의 양육비를 지급하기로 합의했으나 이후에도 생활고 등을 이유로 함께 거주해왔다. 전날 밤 긴급체포된 A씨는 화재 당시 다친 양팔에 붕대를 감은 채 내내 잠만 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지난달 31일 불이 나 3남매가 숨진 광주광역시 북구 두암동 아파트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뉴시스]

경찰이 지난달 31일 불이 나 3남매가 숨진 광주광역시 북구 두암동 아파트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뉴시스]

경찰은 남편 B씨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B씨는 30일 오후 9시44분쯤 친구와 PC방에서 게임을 하기 위해 잠든 아이들만 남긴 채 외출을 했다. A씨가 귀가할 때까지 3남매는 4시간 넘게 보호자 없이 방치돼 있었던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실수로 불을 냈다는 것은 인정했지만 고의로 불을 냈을 가능성도 조사 중”이라며 “2일 3남매에 대한 부검과 함께 현장 정밀감식 분석, 거짓말 탐지기 조사 등을 통해 정확한 사건 경위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직원들이 지난달 31일 불이 나 3남매가 숨진 광주광역시 북구 두암동 아파트의 화재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에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직원들이 지난달 31일 불이 나 3남매가 숨진 광주광역시 북구 두암동 아파트의 화재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에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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