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어린 3남매가 한꺼번에 숨진 가운데 화재 전 부부싸움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방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화재 원인을 수사 중이다.
광주 아파트서 불 나 자녀 3명 숨지고 어머니 화상 #부인, 남편과 전날 밤부터 전화로 '양육 문제 다툼' #"라면 물 올렸다" 진술에도 방화 가능성 수사
31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26분쯤 광주광역시 북구 두암동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불이 난 아파트 11층 집에 소방관 등 65명과 소방차 등 19대의 장비를 투입해 진화에 나섰다. 완전 진화는 신고 약 30분 만인 오전 2시53분쯤 이뤄졌다.
119구조대는 아파트 현관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베란다에 있던 A씨(22ㆍ여)를 구조했다. A씨는 손과 발 부위에 2도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
그러나 A씨의 자녀들인 첫째 B군(4), 둘째(2), 막내(생후 15개월ㆍ여) 등 3남매는 작은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소방관들이 현장에 출동했을 때는 이미 불꽃이 아파트 바깥까지 번진 상태였다”며 “아이들도 이미 사망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이날 화재가 아이들이 이용하는 작은방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화재 원인 파악에 나섰다.작은방이 집중적으로 타 있었고 거실과 부엌 등 주변은 그을린 정도여서다.
이날 119에 전화를 건 사람은 아파트 내부에 있던 A씨가 아닌 외출 중인 남편 C씨(21)였다. 남편 C씨는 부인 A씨로부터 '집에 불이 났다'는 전화를 받고 곧장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A씨는 화재 발생 약 30분 전 술을 마신 뒤 귀가했고 C씨는 5시간 전부터 집을 비운 상태였다.
A씨는 화재 원인에 대해 “라면을 끓이려고 가스레인지에 물을 올려둔 채 아이들이 있는 작은방에서 잠이 들었다. 불이 난 것을 확인하고 베란다로 대피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화재 현장을 둘러본 뒤 작은 방에서 불이 시작됐을 것으로 보는 소방당국의 추정과는 거리가 있는 진술이다.
경찰은 집에 있던 A씨와 PC방에 있던 C씨가 불이 나기 전인 지난 30일 밤부터 수차례 전화로 부부싸움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 부부가 싸운 이유는 자녀들의 양육 문제였다. A씨는 "죽고싶다"는 말을 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부부는 최근 성격 차이로 이혼했으며 자녀 양육 문제로 자주 다퉈온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A씨가 자녀 양육을 담당하고 C씨가 양육비를 지급하기로 합의했으나 이후에도 함께 거주하는 등 사실상 부부관계를 이어온 상황이었다.
경찰은 방화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둔 채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정확한 화재 원인에 대한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화재 원인을 추정할 수 있는 증거나 단서는 없지만, 방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