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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미친 집값’을 부추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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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최민우 기자 중앙일보 정치부장
최민우 정치부 차장

최민우 정치부 차장

‘성탄 랠리’마냥 연말 강남 아파트가 치솟고 있다. 30평대인 전용면적 84㎡ 기준 반포 아크로리버파크는 24억원을 찍었다. 8년 된 반포 래미안퍼스티지는 저층(4층)임에도 20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래미안 대치팰리스는 이달 20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개포동 S중개업소에선 “실거래가 신고도 못한, 따끈따끈한 것들은 훨씬 세다. 최근 일주일 사이에 7000만원 넘게 올랐다. 나도 겁난다”고 전했다.

어느새 ‘20평 15억원, 30평 20억원’이 강남 아파트값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서민으로선 입이 쩍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낭패감과 분노를 여과 없이 투영해 온 게 현 정부다. 출범 7개월여 만에 여섯 번의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타깃은 명확하다. 투기 세력 근절, 그중에서도 강남 재건축이다.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초과이익 환수제 등의 고강도 규제를 내놓았다. 하지만 잡히기는커녕 ‘8·2 대책 ’이후 가격은 더 가파르다.

블랙코드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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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럴까. 다음의 ‘3단계 순환법칙’이 작동한다는 분석이다. ①기존 강남에 몰린다=시중에 어차피 돈은 넘쳐 난다. 재건축을 틀어막아도 차선책으로 기존 강남 아파트를 택한다. ‘기왕 사는 거 똘똘한 한 채를 사자’란 심리다. 씨가 마른 신규 아파트일수록 쏠림은 더하다. ②재건축도 덩달아 뛴다=거래를 막아도 재건축 또한 몇 년 지나면 새 아파트가 된다. ‘입지가 별로인 오래된 아파트도 값이 오르는데…’라며 가격은 선(先)반영된다. 조합 설립이 안 돼 거래가 자유로운 압구정동·대치동이 다시 뜨는 이유다. ③드물어서 더 뛴다=조합원이라고 몽땅 거래 불가는 아니다. 예외가 있다. 5년 거주 10년 보유, 2003년 이후 한 번도 거래가 되지 않은 경우 등이다. 대신 극히 적다. 개포4단지엔 해당 물건이 1%도 안 된다. 희소성 탓에 부르는 게 값이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거시경제 활황이라는 달콤한 독약 때문에 언제나 너무 늦거나 약하게 대응한 게 후회였다”(2011년 저서 『부동산은 끝났다』)고 토로한 바 있다. 때마침 정부는 보유세 카드마저 꺼내 들 참이다. 지난 정권이 사상을 통제하려 했다면, 이번 정부는 인간의 욕망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무능을 선의로 포장하는 것도 이제 질렸다.

최민우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