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V「회장님···」본격코미디로 발돋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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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K-2TV의 인기코미디『회장님 회장님 우리회장님』이 이제 본격 정치코미디로서 위상을 정립할 때가 된 것 같다. 이는 노태우대통령이 당선직후 자신을 코미디의 소재로 삼아도 좋다고한 것과 관련, 정치코미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점차 높아지면서 최근『회장님····』코너가 정치풍자의 성격이 짙은 소재들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문제이기도 한것이다.
지난 5일 방영된『회장님··‥』코너를 보면 이 프로가 당초의 기업풍자코미디에서 6공화국출범과 함께 정치풍자코미디로 완전히 성격변화를 굳혔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기고 있었다. 이날 풍자의 도마위에 오른 내용들은 청와대개방·영종도새마을연수원문제와 함께 5공화국때 특정인을 닯았다는 이유로 가발을 써야했던 탤런트 박용식씨의 얘기등.
그러나 『회장님…』코너가 정치코미디로서 자리잡기에는 몇가지 해결해야 될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야기전개의 상투성을 벗어나야 한다. 정치적인 문제를 기업사회의 해프닝으로 처리하러는데서 약간의 억지가 따른다.
따라서 『저는 회장님의 종입니다』운운의 대사가 동어반복적으로 사용돼 풍자가 아닌 소극으로 내용의 무게가 떨어지며 또 마지막장면을 반드시 『잘돼야 할텐데』 또는 『잘돼고 볼 일이야』등으로 매회 동일하게 처리하는 것은 문제제기에서 해결방안의 모색으로 끝나는것이 아니라 현실의 모순에 대한 체념적인 인정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 5일방영된 내용가운데 청와대개방문제는 결국 끝부분이 『완전 개방해야지』로 끝나 현실의 실정과는 어긋난채 희망사항으로 머물러 엄밀한 의미에서 풍자가 아니잖느냐는 반응도 있다. 이는 영종도 새마을연수원문제와 가발해프닝등 5공화국 풍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코미디적인 요소가 떨어지면서 자칫 새정부의 입장을 코미디를 통해 강화(?)해주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의 의구심마저 낳게 한 것이었다.
물론 우리의 현실상『회장님···』코너에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없지만 사회적대세가 민주화와 함께 권위주의청산이라는 물결을 탄만큼 제대로 된 정치코미디의 등장은 필요하다는 점에서『회장님····』코너가 이러한시청자들의 기대를 충족시겨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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