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개발후 사라진 철새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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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강개발 후 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를 비롯, 쇠기러기·큰기러기·흑부리오리·가참오리 (일명 태극오리) 등을 볼 수 없게됐고 도요와 물떼새류도 밤섬에서 번식하는꼬마물떼새·쇠제비갈매기·깝작도요를 제외하고는 모두 자취를 감췄다.
또 수심이 깊어져 얕은 물에서 먹이를 찾는 왜가리·중대백로·쇠백로·황로·해오라기 등은 수가 줄어들고 한강의 대표적인 철새이던 청둥오리·흰뺨검둥오리·고방오리 등도 먹이와 갈대밭이 없어지면서 차츰 줄어들고 있다.
반면 수심이 깊고 수량이 증가하면서 물고기를 먹이로 하는 잠수성 오리인 흰죽지·댕기 흰죽지와 논병아리류·재갈매기·갈매기·괭이갈매기 등은 증가하고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와 쇠부엉이가 다시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같은 사실은 자연보호중앙협의회가 서울시의 의뢰로 86년 11월부터 87년7월 사이 실시한 「한강 생태계 조사연구」에서 밝혀졌다.
이 조사는 암사동 왕숙천과 한강 연결지점에서부터 행주대교까지 36km구간을 3개구역으로 나눠 실시된 것으로 철새수가 줄어드는 것은 한강이 강가 모래바닥에 잔디밭과 운동시설을 설치하는 등 인간위주로 개발된 나머지 야생조류의 먹이와 얕은 물·갈대·자갈·모래·풀밭·관목지대·개필·바위 등 번식처·휴식처·피난처 등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철새들의 좋은 번식처였던 한강대교∼동작대교 사이의 삼각주 중지도와 성산대교 밑의 광주바위·뼈바위가 오리·도요·갈매기류의 휴식처였으나 없어졌고 밤섬은 수심이 깊어지면서 물흐름이 빨라져 조류수가 감소됐다는 것.
이 보고서는 따라서 이 같은 자연조건을 회복시켜주고 특히 육지성 오리류의 도래지인 성산대교아래 북쪽에 잔디밭대신 곡류·시금치·배추·상치 등을 경작, 방치해 이들의 먹이로 삼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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