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강화 문제점] 중산층 "가질 수도 팔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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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보유과세 개편방안은 의욕이 앞서다 보니 전반적인 세금 체계와의 균형 등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흔적이 역력하다.

우선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잡는다며 최근 세제 개편안에서 부동산 양도소득세를 대폭 강화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부동산 보유에 대한 세금도 늘리겠다고 밝혔다.

세제전문가들은 그동안 "보유세를 높이되 양도세는 줄여 거래비용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정부도 이 같은 방향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최명근 강남대 교수는 "보유세도 높이고, 양도세도 높이면 부동산을 갖고 있을 수도, 내다 팔 수도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하겠다는 것이 지방자치 원칙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재경부 관계자는 "땅부자들이 많은 지방자치단체는 재정이 넉넉하기 때문에 지방세를 올릴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 중앙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앙정부가 토지 과다 보유자에게 별도 세금을 거둬 재정 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에 나눠주겠다는 정부 방안은 '지방 발전을 위해서는 지방정부가 거둬 지역 실정에 맞게 쓴다'는 지방세 본래의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 이강두 정책위 의장은 "기존 지방세를 강화하지 않고 굳이 국세를 신설하겠다는 발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또 정부가 종합부동산세를 직접 거둬 재정이 취약한 지자체를 지원하겠다면 현재 지자체를 지원하는 수단인 지방교부세의 개편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의 하나는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조세 부담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줘야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중산.서민층의 세부담이 크게 늘지 않는다면서도 세율 체계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이 때문에 조세저항이 우려된다.

보유세는 실제 벌어들인 이득에 대한 세금이 아니라 부동산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내야 하는 세금이다. 그래서 역대 정권이 그동안 이를 늘리려다 번번이 조세저항에 부닥쳐 실패했던 점을 감안할 때 국민에게 실제 부담이 얼마나 돌아가는지를 소상히 설명하는 일이 세제 개편이 성공할 수 있는 첫 걸음이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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