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 하형주·안병근 "슬럼프여 안녕"|올림픽 2연패 겨냥 마지막 재기 몸부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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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선수생활의 황금기를 지나버린 노장 스타플레이어들이 서울올림픽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유도의 하형주(하형주·26·동아대 강사)와 안병근(안병근·26·유도대 조교).
84년 LA올림픽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따내며 유도계의 영웅으로 군림했던 두 선수는 4년이 지난 지금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퇴물』이라는 평을 받고있다.
하는 지난해 11월 세계선수권대회 참패 이후 12월 코칭 스태프에의 항명파동, 올 1월 KBS대회 초반탈락 등 연패의 충격과 발목부상, 그리고 꼬리를 무는 여성스캔들로 최악의 시련을 겪고있다.
은퇴 후 1년만에 한 체급 올려 복귀한 안도 첫 출전인 파리오픈과 서독오픈에서 초반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그러나 이들은 『결코 이대로 주저앉지 않겠다』는 매서운 각오를 보여 다시 한번 희망을 갖게 한다.
이들의 안간힘이 고통스럽기는 하겠지만 그들 앞에는 국내 최초의 올림픽 2연패라는 무척이나 값진 영광이 기다리고 있기에 참아낼 수 있는지도 모른다.
하는 슬럼프에 빠진 자신을 구해내기 위해 단기로 적지에 뛰어드는 모험을 택했다. 재일 교포 유도인 김의태(김의태·47·천리대 교수)씨의 주선으로 3개월간 일본 전지훈련에 나서기로 한 것.
하는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곳에 가 우선 정신통일부터 하고 그 다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나 혼자 힘으로 훈련을 쌓고 싶다』고 말한다.
현재 태릉선수촌에서 나와 친구 집을 전전하며 방황하고 있는 하는 『국내에서는 이런저런 일로 답답해 견딜 수가 없고 훈련에 열중할 수도 없다』고 밝히고 『내가 택한 길이 옳았는지를 6월 대표 최종선발전에서 심판 받겠다』고 비장한 어조로 말한다.
유도회는 현재 하를 이끌어 줄 지도자가 없다는 점에서 그의 결단에 맡기겠다는 태도이나 유도회 내분 등으로 정신이 없어 최종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한편 대표팀의 일원으로 유럽의 오픈대회에 참가중인 안의 부진에 대해 유도인들은 『아직 경기감각을 못 찾았고 바뀐 체급에 적응을 못했기 때문일 것』으로 보고있다.
71㎏급 선수였던 안은 은퇴 후 체증이 불어나 78㎏급으로 한 체급 올렸다.
김관현(김관현) 대표팀 코치는 『안은 대표팀에 합류한 뒤 어린 선수들 보다도 열심히, 그리고 묵묵히 땀을 흘려왔다』고 지적하고 『「연습벌레」 「악빠리 」등의 별명을 갖고있는 안으로서는 이번 유럽오픈 패배의 쇼크가 그야말로 생명을 건 와신상담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동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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