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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1위가 특정 종교 홍보 … 부작용 논란 포털 뉴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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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 19일 네이버의 ‘공감별 랭킹 뉴스’에는 특정 종교단체의 홍보 기사가 1·2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공감별 랭킹 뉴스는 네이버 뉴스 독자가 기사 하단에 클릭한 ▶좋아요 ▶훈훈해요 ▶슬퍼요 ▶화나요 ▶후속 기사 원해요 등 다섯 가지 감상을 각각 집계해 그 순위를 소개하는 코너다.

‘좋아요’ 5만 개 ‘훈훈해요’ 6300개 #신도들 집중 클릭·댓글 단 영향 #뉴스 요약 서비스도 기사 왜곡 우려 #이용자 선택 명목 만든 기능 역효과

5개 항목 중 긍정적인 뉴스를 뜻하는 ▶좋아요 ▶훈훈해요 ▶후속 기사 원해요 세 가지 순위에서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두 건의 기사는 이 종교 단체의 신도들이 올 한 해 동안 봉사활동을 열심히 펼쳤다는 내용과 종교에 새로 입문하는 사람이 2만여 명이 넘었다는 홍보성 내용이다.

부작용 논란 낳고 있는 포털 뉴스 서비스

부작용 논란 낳고 있는 포털 뉴스 서비스

평소에 주로 이 순위에 오르는 정치·사회 분야 기사들의 ‘좋아요’ 개수는 많아 봤자 1000개 안팎인데, 이 종교단체의 기사 두 건은 24일 현재 ‘좋아요’가 5만여 개, ‘훈훈해요’가 6300여 개, ‘후속 기사 원해요’가 8200여 개를 넘었다. 신도가 많은 종교단체에서 온라인 포교 활동을 위해 신도들이 집중적으로 클릭하고 댓글을 단 것이다.

포털이 뉴스 서비스에서 ‘이용자 선택’명목으로 만든 각종 기능이 부작용 논란을 낳고 있다. 특히 뉴스 배열과 관련한 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을 도입하고 계량적으로 뉴스를 배치하는 것이 되레 여론 조작·왜곡을 부추기고 있다.

다음과 네이버가 각각 지난해 11월, 지난달 도입한 ‘뉴스 요약’ 서비스도 문제다. 이용자가 뉴스를 읽다가 뉴스 상단에 위치한 ‘자동요약’(다음), ‘요약봇’(네이버) 버튼을 누르면 기사를 자동으로 서너 문장 안팎으로 요약해준다. 네이버 측은 “문장의 중요도를 분석하고 기사가 두괄식인지 미괄식인지에 따라 네이버 알고리즘이 기사 주요 문장을 추출한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기계적으로 뉴스 요약을 하다 보니 기사 내용을 왜곡할 확률이 크다는 것이다. 24일 다음 뉴스 메인 페이지에 걸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기사를 ‘자동 요약’해 봤더니 손학규 국민의당 상임고문과 한 정치 평론가의 멘트만 연달아 보여줬다. 원 기사의 내용을 가늠하기 힘든 수준이다. 이 같은 문제점은 인터뷰·리뷰·해설성 기사 등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났다.

네이버·다음은 “이용자 편의를 증진하기 위해 정리해 주는 서비스”라고 하지만 오히려 독자의 권익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알고리즘에서 기계적 편향이 지속적으로 발견되면서 사람이 개입할 필요성이 역으로 늘어나는 것”이라며 “알고리즘이 사람보다 나은 편집 도구인지에 대해 좀 더 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포털 뉴스에서 기사 본문만큼이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베스트 댓글’ 시스템도 논란의 대상이다.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이 베스트 댓글로 올라오는데 뉴스 소비자들이 이 댓글을 보고 여론을 가늠하는 등 상당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댓글 시스템으로 인해 소수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다수의 의견을 보고 더욱 침묵할 확률이 커진다.

소울드레서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댓글 정화가 필요하다” “급한 곳이니 많이 와주셔야 한다”며 회원들에게 댓글을 달고 댓글에 추천 버튼 누르기를 독려한다. 대표적인 친문(親文) 성향의 이 카페는 정부에 부정적인 댓글과 기사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온라인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정 커뮤니티의 활동이 베스트 댓글과 메인 기사를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포털 뉴스의 문제점은 특히 지난 10월 네이버가 외부의 청탁을 받고 스포츠 뉴스를 재배치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더욱 불거지고 있다.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포털 뉴스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포털이 아예 뉴스 편집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손영준 국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10년 전부터 포털이 뉴스 개선 방안을 내놓아도 해결되는 부분이 없다”며 “구글처럼 뉴스에 완전히 아웃링크 방식(뉴스를 공급한 언론사 홈페이지로 넘어가는 것)을 도입하고 언론사에 준하는 규제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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