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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편향성 논란...매케이브 FBI 부국장 물러날 듯

중앙일보

입력

앤드루 매케이브. [AP=연합뉴스]

앤드루 매케이브. [AP=연합뉴스]

앤드루 매케이브(49) 미국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이 내년 초 물러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매케이브 부국장은 제임스 코미 전 국장이 5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임된 직후 7월까지 국장대행을 맡았다. WP에 따르면 그는 내년 3월쯤 은퇴할 생각이다. 3월이면 연금 100% 수령 조건을 충족하기 때문이라는 측근의 전언이다.

매케이브는 코미 전 국장의 '오른팔'로 불렸다. 트럼프 대통령 캠프가 연루된 러시아 스캔들 수사 때문에 공화당엔 눈엣가시였다. 민주당에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지난 대선에서 낙마시킨 사적 이메일 계정 관련 FBI의 수사 탓이다.

매케이브 부국장은 최근 트럼프를 비판하는 문자를 로버트 뮬러 특검 수사팀에 파견된 FBI 요원에게 보낸 게 드러나 공화당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문자에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바보", "혐오스러운 인간" 등으로 묘사했다.

나아가 버니 샌더스 등 민주당 내 진보세력에 대한 비난 문자도 포함돼 있었다. 문자를 주고받은 FBI 요원은 이달 초 특검팀에서 배제됐지만, 공화당은 FBI의 정치적 중립성은 물론 특검 수사의 중립성도 믿을 수 없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로버트 뮬러 특검 역시 FBI 국장 출신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매케이브 부국장이 FBI에서 물러나게 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려왔지만, 코미에 이어 매케이브까지 해임하는 건 정치적 부담이 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해임으로 FBI의 수사를 방해해 비판을 받았고, 이는 러시아 스캔들 특검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FBI 요원과 주고받은 문자는 좋은 빌미가 됐다. 매케이브는 최근 비공개로 열린 하원 정보위 및 법사위 청문회에 각각 불려가 총 16시간 동안 시달렸다. CNN에 따르면 매케이브는 코미 전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남 직후 자신에게 관련 대화 내용을 알려줬다고 그 자리에서 진술했다. 트럼프가 코미 전 국장에게 충성 서약을 강요했다는 내용도 포함해서다.

공화당 찰스 그래슬리 하원 법사위원장은 "매케이브가 이전 정부에서 일어났던 일에 개입돼 있다"면서 FBI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퇴진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모든 연금 혜택을 받고 은퇴하기까지 90일이 남았다고?"라며 트위터에서 매케이브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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