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세금으로 회원권 사려던 통영시의회 관련 예산 전액 삭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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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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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통영시의회가 자신들이 사용할 호텔 회원권을 시예산으로 사려다 비난 여론에 휩싸이자 관련 예산안을 전액 삭감했다.

통영시의회 20일 본회의 열어 스탠포드 호텔 회원권 구매 예산 전액 삭감 #통영시가 직원 후생 차원에서 올린 호텔 회원권 구매 예산도 적액 삭감 #시의회 관계자 "시민 여론 반영", 시민단체 "환영"

통영시의회는 20일 본회의에서 최근 도남동에 들어선 스탠포드 호텔&리조트 객실을 연간 60일간 이용할 수 있는 회원권(1구좌) 구매 예산안 56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통영시의회가 지난 8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의원들이 사용할 호텔 회원권을 세금으로 사겠다며 관련 예산안을 통과시킨 지 12일 만이다. <중앙일보 12월 15일자 37면>

또 시의회는 이날 통영시가 직원들 후생 차원에서 스탠포드호텔 회원권(3구좌)을구입하겠다며 내년 예산안에 반영했던 1억6800만원도 함께 삭감했다. 시의회 관계자는 “시의회 운영위원회에서 회원권 구매 예산안이 통과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언론의 비판이 있었고, 시민 여론도 나빠져 전액 삭감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초 이 예산안은 의회 사무국에서 올렸다. 시의원 13명과 사무국 직원 23명의 후생복지를 향상하겠다는 명목이었다. 다른 지역 의회 의원이 통영시를 공식 방문할 때 사용할 목적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회원권을 사면 통영시의회 의원들이 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았다. 의원들과 같이 쓰는 회원권을 자신이 쓰겠다고 나설 간 큰 공무원이 있을지도 의문이고, 타 지역 의원이 해당 호텔을 이용할 가능성도 희박해서다. 그래서 사무국이 의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상납성 예산’을 짠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스탠포드 호텔&리조트. [사진 통영시]

스탠포드 호텔&리조트. [사진 통영시]

특히 의회 운영위원회에 회원권 관련 예산안이 상정됐지만 정작 운영위에 참석한 5명의 의원은 문제 제기 등 관련 언급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비난이 컸다. 다른 예산은 서슬 퍼렇게 따져보면서 정작 자신들이 혜택을 보는 예산안에 대해선 의원들이 모른 척했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통영시는 최근 스탠포드 호텔&리조트와 관련한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었다. 감사원은 통영시가 100억원에 호텔&리조트에 부지를 매각하겠다고 시의회 승인을 받은 뒤 실제로는 86억원에 넘긴 과정 등을 조사하고 있다. 감사는 시의회가 앞장서 요구했다. 그런데 정작 자신들은 세금으로 회원권을 사겠다는 ‘셀프 특혜’를 주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여 비난 여론이 더 커졌다. 이 과정에 현직 시의원 아내가 스탠포드 호텔 내 편의점에 입점했다거나, 전·현직 시청 고위 공무원의 친인척이 호텔에 특혜 취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욱철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의장은 “시의회 의원들이 시민들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회원권 예산 삭감이라는 결과를 도출해 낸 것은 뒤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한다”며 “앞으로도 시의회가 시민들과 소통해 행정기관을 감시해야 하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통영=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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