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로 7년 장수 … LG텔레콤 남용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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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부터 소비자에게 휴대전화 보조금을 줄 수 있지만 우리는 출혈 경쟁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LG텔레콤 남용(58.사진) 사장은 지난 3일 기자와 만나 SK텔레콤 등 경쟁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달리기 때문에 먼저 무리수를 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남 사장은 올해도 지난해 수준의 마케팅 비용(5800억원)으로 회사 살림을 꾸려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경쟁사들이 보조금을 뿌려도 구경만 하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했다.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에 대비해 보조금을 어떻게 얼마를 주는 것이 효과적인지에 대한 방안도 만들어놓았다. 그는 "예상치를 뽑아보니 생각보다 돈이 적게 들겠더라"고 전했다. 소비자들의 가입 기간이 짧고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이 적기 때문이다. SK텔레콤.KTF 등에 비해 지원금을 줘야하는 가입자가 적다는 말이다. 그는 "경쟁사가 1조원을 쓰면 우리는 1000억원으로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3위 업체인 것이 이럴 때는 더 좋다"고 말했다.

이달 초 국회에서 통과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따르면 1년6개월 이상 가입한 이동전화 사용자는 이달 말부터 이동통신사의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정부는 소비자의 사용액과 가입 기간 등에 따라 보조금 액수를 차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남 사장은 올해로 7년 넘게 이 회사의 대표를 맡고 있다. 같은 기간 SK텔레콤과 KTF 사장은 3~4명씩 교체됐다. 그는 "임기 중 회사 경영이 어려운 적도 많았지만 오너가 끝까지 믿어줘 아직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가 지난해 사상 최대 당기순이익(2368억원)을 냈을 때 비로소 한숨 돌렸다고 한다. CEO로 오래 근무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유통단계를 확 줄인 것이라고 했다. 경쟁사들은 2~3단계의 중간 판매상을 거쳐 가입자를 유치하지만, LG텔레콤은 직영점 250여 개와 영업사원 5000명이 직접 뛰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 사장은 "유통단계를 줄이는데만 5년이 넘게 걸렸다"고 말했다.

신규 사업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콘텐트 확보를 위해 영화.음악업체를 인수하거나 와이브로(초고속무선인터넷) 사업에 뛰어들 계획이 없다고 했다. 투자 대비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3위 업체이기 때문에 위험 부담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대신 가입자 수를 늘리는 데는 더욱 주력할 계획이다. 하나로텔레콤 인수에 대해서는 "관심은 있지만 내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데이콤.파워콤 등 일명 'LG 3콤'사장들과는 수시로 만나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 사장은 1976년 LG전자에 입사해 LG 경영혁신추진본부장 등을 거쳐 1998년 10월부터 LG텔레콤 사장을 맡고 있다. 그는 매일 아침 등산을 하면서 사업 구상과 건강관리를 한다고 소개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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