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사는 마지막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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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야당통합협상이 다시 본격화되고 이번에는 어쩌면 결실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긍정적 흐름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도 변덕도 많고 변수도 많은 야당사정이라 야당통합을 경솔히 낙관하기도 어렵지만 총선거에 앞서 야당통합이 실현돼야 한다는 우리의 견해에는 변함이 없고, 총선 전에는 더 이상 시간여유도 없어 마지막 기회로 보이는 이번 협상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총선거에 앞서 왜 야당이 통합돼야 하는가는 더 이상 구구한 설명을 요하지 않는다. 민주·평민당이 분열상태로 상호경쟁·적대를 하다 보니 대여경쟁은 뒷전이 되고 6공화국의 정계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선거법협상에 있어서도 야권으로서의 효율적인 입장을 취할 수가 없었다. 한마디로 분열야당으로서는 총선 참패가 예상되고 거대여당과 군소 야당의 난립으로 6공화국의 정국불안까지 내다 보였던 것이다.
늦게나마 두 김씨가 구원을 털고 양당통합의 원칙에 합의하고 민주·평민 양당이 두김씨의 합의사항을 적극 뒷받침하기로 결정한 것은 다행이라 하지 않을수 없다.
양당통합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해온 선거구문제는 민주당이 소선거구제를 수용하기로 당논을 다시 바꿈으로써 더이상 문제가 될수 없게됐다. 평민당의 또 하나의 통합조건인 재야영입문제도 두김씨 측의 설명을 들어보면 이렇다할 뚜렷한 이견은 없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거론된 통합 장애요인은 일단 해소됐다고 볼 수 있고, 남은 문제는 그야말로 양당의「본심」에 관한 문제뿐이라고 생각된다. 즉 당권과 공천에 관련된 이해문제다. 통합이라는 대국과 명분은 이제 설정된 셈인데 구체적 이해관계의 절충에서 대국과 명분을 살릴 수 있느냐의 문제다. 바로 얼마 전까지도 이해문제로 대국을 못 살린 야당이고 보면 이번에도 갈 될 것 같으면서도 꼭 성공할 것이라고 단정하기가 주저되는 것이다.
가령 통합야당의 당수는 누가 맡을지, 지역별로 대충 내정돼 있다시피 한 양당의 공천예상자중 겹치는 지역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등 아직도 넘어야 할 난관은 많은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평민당 총재의 거취문제도 남아있다. 통합후 후퇴라는 그의 약속이 지켜질 것인지도 관심사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보기에는 두 야당이나 두 김씨가 더 이상 물러 설 여지는 없는 것 같다. 통합이 아니면 총선참패와 야당의 지리멸렬이 올 것이라는 것을 다 알고 시인한 이상, 게다가 한번도 아니고 거듭 통합원칙과 조건들을 합의한 상황에서 특정인의 거취나 일부 공천희망자들의 반발문제로 통합에 실패한다면 두 김씨의 정치생명은 물론이고 야당의 앞날도 암울할 뿐이다.
거꾸로 원만한 통합에 성공할 경우 두 김씨의 정치적 입장은 상당히 만회될 수 있고 야당의 세력확대도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말하자면 야당 통합 문제는「1+1=2」 라는 단순 산술이 아니라1+1이 3이나 4,또는 그 이상도 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야만 어느 정도 균형 잡힌 여-야 의석도 바라볼 수 있다.
두 야당 역시 이런 점을 잘 알고있으리라 믿는다.
재야 신당추진세력도 두 김씨가 촉구한 대로 야권 대통합에 가세하기를 바라고자 한다. 만약 민주·평민당과는 다른 진보적 이념정당을 추구한다면 모르되 점진적 개혁주의 입장이라면 분산된 작은 힘으로보다는 통합된 큰힘의 일원으로서 여당을 상대하고 국정에 참여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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