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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잘 나가던 지주사 주가, 업황 변화 없자 ‘시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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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주식시장에서 지주회사의 ‘명성’이 예전 같지 않다. 올해 상반기 조기 대선에 따른 경제 민주화 공약, 자회사의 실적 개선에 지주회사 관련주가 주목 받았지만 최근 주가는 시들하다.

대선 때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주목 #진전된 정책 없어 주가 활력 잃어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 내년 본격화 #“자회사 실적 따라 주가 차별화할 것”

지난 1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물산 주가는 13만500원으로 마감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해 주가는 5.8% 하락했다. 삼성물산은 정식 지주회사는 아니다. 대신 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보유한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격 기업이다. SK그룹 지주회사인 SK 주가는 1개월 사이 3.7% 내렸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지주회사의 부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15일을 기준으로 최근 한 달 동안 LS(-6.4%), 두산(-3.9%), CJ(-2.3%) 주가도 나란히 떨어졌다. 연말 조정기를 맞은 코스피(-1.4%)보다 성적표가 나빴다. 지주회사 주식 가운데 이 기간 소폭이나마 수익을 낸 건 한화(1.2%), 한진칼(3.3%), LG(4.4%) 정도다.

화려했던 이전과 비교하면 초라하기만 한 실적이다. 올해 5월 대선과 맞물려 지주회사 관련주가 주목을 받았다. 선거를 전후해 경제 민주화 공약이 쏟아졌다. 주주 수익 환원 확대,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편과 지주사 전환 움직임이 힘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뒤따랐다. 주요 대기업의 자회사 실적이 올해 들어 크게 개선된 점도 지주회사 주가에 열기를 더했다.

올해 상반기(1~6월) LS와 SK 주가 수익률은 이 기간 코스피 상승률(18.0%)을 뛰어넘는 21.9%, 20.9%를 각각 기록했다. 삼성물산(17.9%), 롯데지주(12.5%), 두산(11.7%) 등 실적도 호조였다.

하지만 연말이 가까워져 올수록 지주회사 관련주는 활력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대선 때 경제 민주화 공약이 다수 나오면서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시장의 예상만큼 진전된 정책이 없었다”라며 “이 때문에 지주회사 주가가 최근 들어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주회사 관련 최근 정부 움직임과 정책

지주회사 관련 최근 정부 움직임과 정책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현대중공업·롯데의 (지주회사) 개편 사례 이후 펀더멘털(기초지표)과 업황의 변화 없이는 주가 재평가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경험했다”며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으로 주가가 선제적으로 상승했지만 예상한 시점에 현실화가 되지 않으면 주가는 어김없이 회귀했다”고 분석했다.

내년 지주회사 주가 흐름은 어떨까.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을 겨냥한 정부의 움직임은 내년 본격화할 전망이다. 올해 말로 예고된 섀도우 보팅 폐지, 대기업집단 계열 분리제도 개선과 현재 진행 중인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순환출자 가이드라인 개정 등도 지주회사 주가에 영향을 끼칠 변수다.

하지만 올해와 달리 지주회사 관련 이슈에 따라 관련주가 같이 오르고 내리는 일은 덜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계열사 실적에 따른 지주회사 주가 차별화를 전망한다.

김동양 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 집권 2년 차를 맞아 대선 때 공약했던 지배구조 개선 관련 공약 일부가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며 “대신 지주회사 주가 흐름은 그룹별 자회사 실적에 따라 차별화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도 내부 보유 지분율이 높은 비(非)지주회사의 지주회사 전환이 이어지겠다”고 전망하면서도 “계열사의 사업 실적이 좋은 지주회사에 한해 내년 주가가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섀도우 보팅(Shadow voting), 스튜어드십 코드

섀도우 보팅은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는 주주의 의결권을 한국예탁결제원이 대신해 행사하는 제도.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가 투자한 회사의 의사 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의결권 행사 지침. 섀도우 보팅 폐지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모두 주주의 권한을 강화하는 제도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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