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사무차장 “북한도 장기적으로 비핵화가 맞다고 생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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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우 기자

“북측에 남북대화 재개와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제안했습니다.”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은 14일(현지시간) 유엔본부 사무실에서 뉴욕주재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14일(현지시간) 뉴욕특파원단과 만나 방북성과를 설명중인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

이번 방북이 자신의 임무 가운데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한 그는 “북한에 두 가지 형태의 소통을 얘기했다”면서 “하나는 군사 당국간 대화, 다른 하나는 남북간 대화 채널 재개였다”고 말했다.

펠트먼, 뉴욕특파원단과 만나 #군사회담, 남북대화 재개제안 #북에 평창 올림픽 참가 독려

소통의 부재로 인해 신뢰가 줄어들고, 서로의 규칙에 대해 이해하지 못해 작은 사건이 심각한 상황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한 해법이었다고 설명했다.
펠트먼 사무차장은 “냉전 시대 미국과 구소련 간에도 상대 측의 오판과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소통 채널이 늘 있었다”면서 “지금 북한과는 그런 모든 것이 부재하고 완전한 신뢰 부족 상황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핵 문제를 평화적,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전략적 수준의 소통을 북측에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엔과 북한의 대화가 진행된 지 거의 8년이 됐다는 점도 강조했고, 북한 측도 이 기간이 상당히 길었다는 점에는 동의했다고 전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관련,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한반도 비핵화가 평화ㆍ안보ㆍ신뢰의 일부분이라는 데 북한도 동의하는 것 같았다”면서도 “단기적으로는 그들이 비핵화를 현실적으로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평창동계올림픽도 이번 방북기간의 화두였다.
펠트먼 사무차장은 “북측과 평창올림픽에 대해 아이디어를 제안했다”며 “평창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는 것을 포함해 우리가 제안한 아이디어들 중 일부를 북한이 받아들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평창올림픽은 한반도 긴장국면이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일련의 기회라고 설명했다”고 했다. 다만 북측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여부에 대해 “북측이 심각하게 경청했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고무적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예측할 수 없다”고 전했다.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이 7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만나 담화를 나눴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 가능성에 대해 “사무총장이 ‘방문을 위한 방문’은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반도에서의 충돌 우려와 핵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유엔 사무총장 입장에서 유익한 것이면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펠트먼 사무차장은 유엔내 중국의 행보를 상당히 호의적으로 인식했다. 방북에 앞서 중국에 들렀던 그는 “중국과 다른 안보리 이사국들 사이에서 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면서 “중국 측과의 대화가 북측에 ‘한국과 일본, 미국만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회원국의 유엔 안보리 결의안 이행을 강조하면서도 유엔의 인도주의적 결단 또한 잊지 않았다. 그는 “북에서 5세 미만의 아이들이 예방 가능한 질병으로 매시간 한 명씩 사망한다는 충격적인 통계가 있다”면서 “국제사회가 인도주의적 필요에 대응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