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KK 덤핑 시비 국내업계 판정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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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9일 열린 관세심의위원회는 그 동안 관심을 끌어온 일본 요시타공업(YKK)의 지퍼덤핑사건에 대해 국내 업계의 요청을 물리치고 덤핑방지관세를 부과치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에 따라 대한화스나공업 협동조합 및 73개 국내지퍼제조업체가 86년10월 제소했던 YKK지퍼 덤핑문제는 1년4개월만에 국내업계의 패배로 끝을 맺게 됐다.
이날의 판정이 주목을 끄는 것은 국내 지퍼업계가 YKK의 덤핑으로 엄청난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고 재무부도 지난 9월30일까지의 조사결과 평균 19·7%의 덤핑사실을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판정이 국내 업계의 패배로 결말이 났다는 점.
국내 지퍼업계는 제소장에서 YKK의 덤핑으로 83년에 개당 17센트 하던 플래스틱 지퍼의 가격이 86년에는 11센트로 하락했고 이 때문에 83년부터 86년 사이에 국내 영세지퍼 생산업체 31개사가 도산, 전체 지퍼업계 종업원의 71%에 해당하는 7백92명이 직장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일의 관세심의위원회가 제소기각 결정을 내린 것은 상공부의 조사결과 국내 산업피해 사실이 인정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덤핑방지 관세를 부과하려면 관세법상 덤핑사실과 함께 덤핑으로 인해 국내산업이 피해를 보았다는 사실이 인정돼야 하는데 덤핑사실은 인정할 수 있어도 그로 인해 국내업계가 피해를 보았다고는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상공부는 이같은 결론을 내리게 된 이유로 ①일본 YKK지퍼의 수입이 계속 감소 추세를 보여왔고 ②70여 개 국내 지퍼 제조업 중 상위9개 업체의 가동률이 떨어지지 않고 있으며③국내 지퍼업계의 채산성이 매년 호전되고 있는 데다 ④일부 도산한 업체는 YKK의 덤핑 때문이 아니라 기업규모의 영세성과 기술의 낙후에 있으며 ⑤수입지퍼에 덤핑관세를 매기는 경우 이 지퍼를 달아 수출하는 섬유업계에 오히려 타격을 준다는 산업정책적 이유를 들고 있다.
이 문제는 상공부가 수출산업 보호라는 산업정책적 이유를 판정의 기준의 하나로 제시, 관세심의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였다고 보여지는 만큼 앞으로 수출용 원자재는 아무리 덤핑을 하더라도 국내업계가 피해판정을 받기 어렵다는 선례를 남겼다고 할 수 있다. <신성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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