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식으로 한 번 하고요” 대통령 발언 챙긴 최순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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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최순실씨가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 문장까지 챙겨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 지시한 정황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 최순실씨. [중앙포토]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 최순실씨. [중앙포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13일 최씨의 속행 공판에서 검찰이 제출한 정 전 비서관과 최씨의 휴대전화 통화 녹음파일을 법정에서 재생했다.

해당 녹음파일에 따르면, 최씨는 2013년 말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논란이 불거졌을 때 박 전 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떠나려고 하자 “당부의 말씀은 하고 가셔야지”라고 지적했다.

최씨는 정 전 비서관에게 “(순방 가기 전에) 한 번 이렇게 부탁한다고 거론하고는 가셔야 할 것 같은데…”라면서 “국무회의를 하던가…. 당부의 말씀은 하고 가셔야지 그냥 훌쩍 가는 건 아닌 것 같아. 외국만 돌아다니시는 것 같아”라고 했다.

이에 따라 실제 박 전 대통령의 해외 순방 전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일정이 잡혔다. 정 전 비서관은 “톤을 어떤 식으로…”라며 박 전 대통령이 회의에서 내놓을 메시지의 방향을 물었고,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의 발언 문구를 직접 불러주기도 했다.

최씨는 “‘내가 요구했음에도 계속 이렇게 예산을 묶어둔 채 가는 건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고 국민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1년 동안 이렇게 가는 것이, 야당한테 이게 진짜 국민을 위한 것인지 물어보고 싶다’ 이런 식으로 한 번 하고요”라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정호성은 각종 현안을 대통령 보고 전에최씨에게 보고하고 최씨는 정호성에게 지시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의견을 국정에 반영한 사실이 확인된다”며 “대통령도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최씨는 “개인 의견을 개진했다고 국정농단이라는데, 다른 사람들도 의견을 낼 수 있다고 본다”면서 “전 국정에 개입한 적 없고 개입하고 싶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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