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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 비전도시 안양시] 24시간 작업실에 지원금까지 … 청년창업의 메카 안양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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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양시 지하철 4호선 평촌역은 인근에 시청 등 관공서와 벤처기업 등이 몰려있어 사람들이 많이 오간다. 그중에서도 요즘 20~30대 청년들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통하는 곳이 있다. 안양시가 지난해 6월 안양창조경제융합센터 3층에 문을 연 ‘청년 공간 A-cube(에이큐브)’다. 창업을 위한 각종 지원은 물론 취업 정보 등도 제공하면서 청년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경기도 안양시가 청년 창업·취업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청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은 물론 지난해 6월부터는 청년 창업 공간인 청년 공간 에이큐브(A-cube)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에이큐브에서 초빙 강사의 강연을 듣고 있는 예비창업자들. [사진 안양시]

경기도 안양시가 청년 창업·취업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청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은 물론 지난해 6월부터는 청년 창업 공간인 청년 공간 에이큐브(A-cube)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에이큐브에서 초빙 강사의 강연을 듣고 있는 예비창업자들. [사진 안양시]

지난 9일 오전 직접 찾은 에이큐브는 이른 시간인데도 사람들로 가득했다. 30석이 마련된 1인 창업실은 물론 소회의실 네곳 중 세 곳이 만석이었다. 휴게실에 놓인 소파 겸 침대에선 머리끝까지 담요를 뒤집어쓴 청년 네 명이 잠을 자고 있었다.

'청년 공간 A-cube' 가보니 #예비창업자 2000만원 지원금 등 #스타트업 위한 다양한 제도 갖춰 #토크콘서트, 일자리 카페도 운영 #15~16일 대규모 취업박람회 개최 #이필운 시장 "유망 중기 적극 지원"

김혁 안양창조경제융합센터 에이큐브 팀장은 “휴게실에 있는 사람들은 창업 계획을 위한 아이디어 등을 짜느라 밤을 새운 이들”이라고 설명했다.

퇴실 시간이 정해져 있는 다른 창업지원센터와 달리 에이큐브는 24시간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창업 구상에는 밤과 낮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아이디어 등을 짜다가 집에 돌아가야 하는 문제를 해결해 준 것이다. 사전에 신청하면 오픈 공간 등 일부를 제외한 1인 작업실과 회의실, 휴게실을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 그래서 직장에 다니면서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도 많이 방문한다고 한다. 특히 금요일에 신청자가 급증한다. 김 팀장은 “24시간 개방을 하는 대신 폐쇄회로 TV(CCTV)는 물론 화장실에 비상벨을 설치하는 등 보안도 철저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양시가 에이큐브를 만든 이유는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해서다. 우리나라 전국 청년실업률은 매달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청년(만 15~29세) 실업률은 8.5%로 1999년 이후 1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취업을 원하는 사람 등을 포함한 청년 체감 실업률은 21.7%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최고였다. 청년 실업 문제는 지자체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청년이 늘면 인구수가 줄어든다. 실제로 2005년 62만5350명이던 안양시의 인구는 올해 59만6752명으로 줄었다. 특히 전체 인구의 30~40%를 차지하는 청년(만 19~39세 이하) 인구가 2000년 22만2971명에서 현재 18만4605명으로 대폭 줄었다.

지난 2월 ’안양 청년 안양에서 행복찾기‘를 주제로 열린 청년원탁토론회에서 이필운(왼쪽 셋째) 안양시장이 청년들과 대화하고 있다. 이날 청년들이 제안한 내용은 모두 안양시 청년정책에 반영됐다. [사진 안양시]

지난 2월 ’안양 청년 안양에서 행복찾기‘를 주제로 열린 청년원탁토론회에서 이필운(왼쪽 셋째) 안양시장이 청년들과 대화하고 있다. 이날 청년들이 제안한 내용은 모두 안양시 청년정책에 반영됐다. [사진 안양시]

이필운 안양시장은 “‘삼포 세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청년 문제가 심각하다”며 “제2의 안양 부흥과 전국 최고의 첨단산업, 청년창업 메카 도시를 만들기 위해 에이큐브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안양(Anyang)’과 ‘에이스(Ace)’의 머리글자인 ‘A’와 창의적 공간을 의미하는 ‘큐브’를 합성해 에이큐브라는 이름을 달았다고 한다.

그렇다고 에이큐브는 공간만 제공하진 않는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청년 지원 프로그램이다. 오픈 공간 등에는 항상 창업 관련 매니저가 상주하고 있어 언제든 상담과 문의 등이 가능하다. 게임잼, 토크콘서트, 청년창업 활성화 동아리, 웹툰 세미나, 경기도와 함께하는 일자리 카페 등도 수시로 개최해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을 돕는다. 예비창업자엔 2000만원, 3년 이하 창업자에겐 3000만원 등 창업 자본도 지원하고 있다.

안양시는 이용자들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에이큐브팀’도 만들었다. 상담과 컨설팅 등 전문기능을 강화하고 안양시 기업지원과와 소통하며 에이큐브 운영프로그램을 발굴·운영한다. 창업 공모전과 ICT CEO 아카데미 등도 진행한다.

청년은 물론 여성·학생 등 다양한 창업·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면서 하루 평균 190여 명이 찾는다. 에이큐브에 따르면 개소 후 지난 5일까지 방문한 사람만 6만3890명에 이른다. 이용객들의 만족도도 높다. 지난 10월 한 달 동안 이용객 1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93.4%가 ‘시설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대부분이 “다양한 프로그램 등이 있어 창업준비는 물론 자기 계발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에이큐브를 통해 교육용 소프트웨어 교구 제작업체인 CNR테크를 창업한 한덕수(44) 대표는 “다른 창업지원센터보다 시설이 좋은 데다 24시간 이용할 수 있어서 무척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만족도가 높은 만큼 성과도 좋다. 올해 추진한 ‘프로듀스 3·2·1·0 프로젝트(신규 창업 30곳, 매출 20억원, 자금 연계 10억원, 실패율 0%)’의 경우 전체 목표의 80~90%를 달성했다.

“에이큐브의 공간을 확대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자 안양시는 올해 6월 지하철 4호선 범계역 인근 범계광장에 ‘청년 공간범계큐브’를 추가로 만들었다. 청년들이 모여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교류를 통해 취업·창업정보를 얻을 수 있다. 내년 1월 말에서 2월 초에는 만안구에 청년 창업자를 위한 만안 청년창업공간(가칭)이 문을 열 예정이다. 1인 창업자를 위한 공간부터 4~6인실까지 다양한 사무실을 제공한다.

안양시의 청년 지원 정책은 에이큐브 뿐만이 아니다. 안양시는 다양한 청년지원 정책을 펼치기 위해 지난해 6월 ‘안양시 청년 기본조례’를 제정했다. 청년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청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관련 정책에 대한 심의와 자문하기 위한 청년정책위원회도 지난해 말부터 운영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안양아트센터에서 청년이 원하는 청년정책을 발굴하기 위해 ‘안양청년 안양에서 행복찾기’를 주제로 청년 원탁토론회도 열었다. 청년 100여 명이 참여해 취업 준비 비용 지원, 주거문제 해소, 창업지원, 지역시설과 연계한 직장체험 기회 제공 등을 제안했다. 이는 곧 안양시의 정책으로 이어졌다. 청년 구직자들이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시설관리공단, 자원봉사센터 등 안양시 6개 산하기관에서 직장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면접을 앞둔 청년에겐 면접용 재킷과 바지(스커트), 셔츠(블라우스), 구두 등을 빌려주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전세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회초년생에게 주거공간을 지원하는 ‘작은방’ 지원 사업도 펼치고 있다. 1년에 두 번씩 대규모 취업박람회도 연다. 창업자를 위한 ‘2017 안양청년 창업 페스티벌’도 오는 15~16일 안양창조경제융합센터 3·9층에서 열 예정이다.

이 시장은 “청년 문제의 핵심인 실업 해소를 위해 취업박람회나 직장체험 기회를 확대하고 창업 등 창의적인 자립 역량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마련할 계획”이라며 “경쟁력 있는 기업을 유치하고 유망 중소기업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다양한 일자리를 만드는 등 청년이 행복하고, 안정적으로 안양에서 살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청년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안양=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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