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입학식 아직도 두근두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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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서 그침 없는 한강의 물과…."

2일 오전 서울 종암동 서울사대 부설고등학교 입학식장. 신입생과 나란히 서서 교가를 열창하는 반백의 노인들이 눈에 띈다. 이들은 이 학교 11회 졸업생들. 반세기 전인 1956년 까까머리.단발머리로 입학식장에 섰던 그 학생들이다.

이들 졸업생 60여 명은 입학 50주년을 맞아 이날 입학식에 참석했다. 까마득한 후배들의 입학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이삼열(65.11회 동문대표)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축사에서 "50년 전 15, 16세 나이로 입학식을 했던 우리가 60이 넘은 노인이 돼 후배들과 함께 교가를 부르게 되니 감격스럽다"며 "손자.손녀 같은 후배들에게 모교를 빛내 달라고 부탁하고 격려하는 게 우리의 책임이라고 생각해 이 자리에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50년 선후배 간의 만남과 대화가 시작되는 의미 있는 입학식"이라며 "앞으로도 특강과 상담 등을 통해 여러분을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동문인 이민섭(66) 전 문화체육부 장관도 "후배들이 '천하의 영재들이 모인다'고 했던 우리 '천하부고'의 전통을 알고 이를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졸업생들은 입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선물로 볼펜을 주었다. "건강하세요" "공부 열심히 하세요" "좋은 친구 사귀세요"라는 덕담과 함께 악수와 포옹도 나눴다.

졸업생 이기정(66.여)씨는 "50년 전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입학식장에 섰던 게 생각난다"며 "지금의 후배들은 그때의 우리보다 더 어리고 예쁘다"고 말했다. 김주영(66.캐나다 거주)씨도 "이렇게 다시 입학식장에서 후배들과 함께 설 수 있다니 멋진 일"이라고 기뻐했다. 김영원(65.여)씨도 "동산이 있던 옛 교정은 아니지만 학교에서 후배들을 만나니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후배들도 노(老)선배들의 방문을 반겼다. 신입생 김형철(16)군은 "소문으로만 우리 학교가 전통이 오래됐다고 들었는데 선배님들을 직접 보니 정말 그렇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설희(16)양은 "다른 학교 입학식과는 달리 선배들의 조언을 들을 수 있어 뜻 깊었다"며 "앞으로도 선배님들을 자주 뵐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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