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법안 본회의 처리 무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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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나라당.민주당.민노당.국민중심당 등 야 4당이 연합해 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여야는 다음 임시국회에서 우선적으로 비정규직 법안과 금산법을 처리키로 합의했다. 다음 임시국회는 4월에 열릴 가능성이 크다. 이날 국회는 하루종일 실랑이를 벌였다.

비정규직 법안 처리 저지를 위해 사흘째 계속된 민노당 의원들의 법사위 점거가 발단이었다. 지난달 27일 환경노동위를 통과한 비정규직 법안은 통상적 과정인 법사위의 자구.체계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회부될 예정이었다.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본회의에 법안을 상정할 수도 있지만 보통 있는 일은 아니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 소속 안상수 법사위원장에게 "'법적인 조치'(국회 경위들이 회의장을 정돈하는 질서유지권 발동)를 통해서라도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안 위원장은 "질서유지권을 함부로 발동해선 안 된다는 게 개인적 소신"이라며 거부했다.

오후 들어 열린우리당 김한길,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가 나서 담판을 벌였다. 이 대표는 "(비정규직 법안에 대해) 찬반 논란이 있는 만큼 관련 단체를 설득하고 사안을 숙성시킬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 법안이 얼마나 긴급했으면 한나라당 소속 환노위원장이 질서유지권까지 발동했겠느냐"고 맞섰다. 대화는 평행선을 달렸다.

이후 야 4당은 원내대표 회담을 열어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과 이날 법안을 처리하는 데 반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원내 의석 수가 143석인 열린우리당은 단독으로 법안 처리를 하는 데 필요한 의결정족 수(재적 과반 출석:149석)가 안 됐다. 결국 김한길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이 대표를 만나 "비정규직 법안을 다음 임시국회에서 우선적으로 처리한다"는 데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법사위가 공전되면서 금산법도 덩달아 미뤄졌다. 영세 상점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규정한 재래시장특별법개정안 등 법사위에 올라왔던 민생법안 30여 건도 발이 묶였다.

서승욱.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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