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손 놓고 있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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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 영등포역서 화물열차 달선으로 인천·수원항 전철이 6시간이나 막히는가하면 인거 화재로 경부선도 1시간 가량 불통되었다.
세무조사를 잘 봐준다고 관련 부서의 공무원들이 6억원의 뇌물을 먹었다.
떼강도들이 극성을 부리고 파출소에 취객들이 몰려와 행패를 부리는 소동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또 요즘 교통체증은 얼마나 심한가.
얼핏보기엔 아무 상관없는 것 같은 이런 일들이 사실은 같은데 뿌리를 두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
바로 전환기 사회기장의 해이다. 사회전체에 어딘가 나사가 풀어진 것 같은 분위기가 팽배하고있는 것이다.
수도서울에서 전철이 6시간이나 마비되는 사태, 또 우리 나라의 대동맥인 경부선이 1시간동안 불통되는 사태는 단순한 사고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심각한 일이다.
일선에서 종사하는 사람이나 감독하는 사람이나 긴장이 풀어져 딴데 정신을 쏟고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일들이다. 직업인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다는 증좌라면 지나친 말인가.
세무서의 말단직원이 세금 경감을 미끼로 억대의 뇌물을 받았다는 것도 개탄스런 일이지만 그런 일을 감독, 규찰, 예방해야 할 자리에 있는 감사원 직원이 같이 돈을 받았다는 데는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공무물의 직업윤리가 얼마나 떨어졌으며 그동안 그토록 요란히 벌인 사회정화운동의 성과가 아직이 정도밖에 안됐는가를 생각할 때 비감하기까지 하다.
전환기를 이용한 한탕주의가 사회 곳곳에 만연돼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떼강도들의 극성이나 파출소에서 취객들의 행패는 사회치안의 바탕이 흔들리고 공권력이 우습게 보이고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
또 요즘 서울의 교통체증은 차가 많이 나온 데도 원인이 있지만 거기에 교통질서의 문란이 가세된 것이다. 작년 선거이후 교통질서가 매우 문란해져 있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공권력의 상징인 파출소가 취객들의 행패대상이 안되도록 하는 것, 교통질서를 지키도록 하는 것, 공무원이 제 할 일을 제대로 하게 하는 것 등의 일이야말로 정부가 한시도 손을 놓아서는 안될 일이다.
그런데도 최근 정권이양의 과도적 공백 때문인지 어딘가 공무원 기강이 해이해지고 일을 제대로 안챙기는 것 같아 염려스럽기 짝이 없다.
기강이 느슨해지면 반드시 큰 사고가 나는 법이다. 더 큰 일이 벌어질까봐 염려된다. 직업공무원 제의 확립은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정권에 상관없이 모든 공무원이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할 때 이룩되는 것이다. 그것은 공무원뿐 아니라 사회구성원 모두가 지켜야 할 직업윤리이며, 그것이 사회전체로 확산될 때 진정한 민주화를 기대할 수 있다.
물러가는 정부는 최후까지 최선을 다하는데 특히 모범을 보여야할 것이다. 정권교체기의 행정공백을 막고 사회기강을 엄정하게 유지시키는 일이야말로 국가에 대한 마지막 봉사이며 또 의무가 될 것이다 .
그런 점에서 국무회의도 스스로의 훈장을 의결하기보다 전환기의 이완된 구석을 찾아 죄는데 더 정신을 쏟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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