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 허가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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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토지투기가 심한 시화·아산·군산 등 6개 지구 2억 만평에 대해 토지거래 허가제를 25일부터 3년간 실시키로 했다.
토지거래허가제를 실시하지 않을 수 없는 고충은 이해하지만 이런 극약요법을 쓸 수 밖에 없는 사태가 되도록 정부당국은 무얼하고 있었으며 과연 토지거래 허가제가 토지투기를 잠재우는데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선 강한 의문이 있다.
부동산 투기는 올 것이 온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동안 돈이 너무 풀리고 지역개발 공약이 남발되었다. 안정기조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바람에 땅값이 주로 공단주변, 개발 예정지를 중심으로 지난 1년간 2∼3배까지 올랐으며 투기현상이 전국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내버려두면 온 나라가 투기열풍에 휩싸일 형편이다.
정부로서도 최강경정책을 쓸 수 밖에 없는 궁지로 몰린 것이다.
과거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함 없이 정부는 투기를 미리 막는데 실기했다. 좀더 일찍 손을 썼더라면 문제가 많고 무리하기 싹이 없는 허가세 같은 극약처방을 안써도 되었을 것이다. 그 동안 정부에서 몇 차례 투기억제대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투기단속의 강화, 기준지가 인상, 과세강화 등 대증료법이 주종을 이루었다. 투기현상의 근인은 내버려둔 채 부스럼에만 손을 쓴 것이다.
과거의 예를 보아 벌써 전문적 투기꾼들은 한탕 씩 하고 빠진 뒤에 토지거래 허가제가 발동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사실 지가의 안정은 안정기조의 유지, 사회형평의 회복,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 필요 불가결한 것이다.
지가상승은 서비스 값을 비롯하여 원천적인 원가상승요인이 되어 앞으로 우리경제에 두고 두고 부담이 될 것이다.
또 부동산거래에 따른 투기이익의 현행은 빈부격차를 조장하고 사회에 헤아릴 수 없는 폐해를 준다.
좀은 국토에서 계속적인 성장을 해야하는 우리나라로선 토지문제의 현명한 대처가 초미의 급무라 할 수 있다.
본격적 대처가 늦으면 늦을수록 토지문제의 근원적 해결은 어렵게 된다.
그런데도 토지문제의 본격적 접근은 해보지도 못한 채 우선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토지거래 허가제라는 응급처방이 발동된 것이다.
토지거래 허가제는 극약요법이니 만큼 그 운용엔 세심한 주의가 있어야 한다.
가장 큰 문제가 사유재산권에 대한 제한이다.
토지의 자유 매매에 제한을 가하고 시장기능을 잠정 정지시키는 것이다. 크게 보면 자유자본주의의 골간을 건드리게 된다. 일본이 지난 74년 허가제를 도입하고서도 시행을 않고 있는 것은 사유재산제 존중이라는 자본주의 본질을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토지거래허가제가 실시되더라도 사유재산권의 침해나 선의의 거래에 불편이 적도록 운용 면에서 최대한 배려를 해야할 것이다.
토지거래 허가제는 비상요법이니 만큼 실시 기간이 짧을수록 좋다.
이번도 3년으로 실시 기간을 못박았지만 투기동향을 보아 빠른 시일 안에 해제하는 것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토지문제는 투기가 안일어나도록 평소부터 주의를 하는게 가장 좋고 설혹 투기가 일어났더라도 강한 대중요법보다 건전한 통화관리, 토지세제의 개편 등 투기요인을 근원적으로 줄일 수 있는 접근이 더 소망스럽다.
조화된 정책에 바탕을 둔 안정기조에 대한 범국민적 신뢰없이는 아무리 강력한 토지거래 허가제도종이 호랑이 밖에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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