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자 학대 억지웃음 강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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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TV의 오락프로는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 즐거움을 위해 TV는 우선 사람들을 웃기는 것을 최고로 생각하고 있다. 웃음만큼 즐겁고 부담없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웃겼다고 해서 TV의 오락프로들이 즐거움을 주는데 성공했느냐에는 많은 회의가 뒤따른다.
M-TV가 매주 일요일 내보내는 『12시 ! 올스타 쇼』는 휴일의 한낮에 나른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시청자들을 겨냥한 프로.
14일 낮의 『12시! 올스타 쇼』는 사람을 웃기는 것이 이렇게 비참하고 야만적이어도 되는가를 생각케 해주었다.
남녀연예인이 나와 청백팀으로 나뉘어 게임을 하고 노래도 불렀다. 화면 배경에서는 여자무용수들이 정신없이 몸을 뒤흔들기도 했다. 그리고 그 게임이란 것들이 가관이었다.
출연자들의 입을 벌리게 한뒤 누구의 입이 제일 큰가 자로 쟀다. 바로 그전에는 입에 엿을 누가 제일 많이 넣은채 노래한곡을 다 부를수 있는가를 시합했다. 가장 원시적인 상태에 출연자들을 집어넣어 시청자들의 가학적인 웃음을 유발하자는 것이었다. 또 태권도가 아닌 태둔도라 하여 누가 엉덩이로 제일 많은 합판을 깨는가라는 게임도 벌였다. 남자 출연자들이 벌이는 것은 그런대로 봐줄수 있는 진풍경이었지만….
그러나 여성출연자들이 3∼4장의 합판을 엉덩이라는 신체부위로 박살을 내는 모습은 결코 아름다울 수 없었다. 여자들이므로 더 웃기고 웃기는 것이 이 프로의 목적이라면 할말이 없다. 그러나 이는 여성의 특정신체부위를 이용해 웃기려는 의도를 은근히 풍기고 있었다.
여성에게 통상적으로 금기시돼온 행위를 TV라는 매체를 통해 공개화함으로써 보는 이들에게 순간적으로 사회적인 성의 억압체계로부터 해방감을 느끼게하려는 계산된 웃음을 노린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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