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뭘하고 있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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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주·평민당간에 진행되고 있는 야당통합논의를 보면 총 선전에 과연 통합이 될는지, 안될는지 전망하기 어렵다.
지난 주말에는 양당간에 야권대통합의 원칙에 합의하고 평민당이 조건으로 내건 소선거구제를 민주당이 받아 들인다는 등의 4개 원칙에 합의함으로써 외견상 통합논의는 진전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면 통합을 내세우면서도 실제 통합이 어려운 조건들을 내세움으로써 통합은 겉으로의 명분일 뿐이고, 실은 통합을 원치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강하게 받게 된다. 합의된4개항 원칙을 봐도 지금까지의 양측 이견을 소위에 넘긴 것일 뿐 본질문제에 대한 의견 접근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총선까지의 시간은 촉박한데 통합논의가 이렇게 지지부진하다가는 결국 다시 분열된 상태로 야당이 선거에 임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야당통합에 대한 전망을 이처럼 불투명하게 하는 요인은 당사자들의 소승적 이해타산에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통합후의 당권문제라든가, 통합 후 자파세력의 지분이라든가, 공천문제 등을 염두에 두고 한 걸음이라도 유리한 결론이 아니면 통합에 응할 수 없다는 계산이 도사리고 있는게 아닌가. 또 현재 국면에서는 통합이 곧 자기의 실세나 후퇴를 결과한다고 보고 말로만 통합을 내세울 뿐 실은 통합이 안되는 방향으로 몰아가는 사람은 없는가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총선을 앞둔 이 시점에서 야당인이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할 일은 총선에서 야당이 어떻게 하면 더많은 의석을 차지할 수 있는가의 문제일 것이다. 야권후보의 난립이 곧 야당지지표의 분산으로 다수의석을 얻지 못한다는 자명한 판단이 있기 때문에 야당통합이 가장 큰 명분이 되는 것이다. 분열해야 다수의석획득이 가능하다면 누가 통합을 외치겠는가.
선거구 문제도 그렇다. 1구에서1인을 뽑는 소선거구제는 야당이 통합돼야 시도해 볼만한 것이다. 성공적 통합이 미지수인 상태에서 소선거구제가 통합의 조건이 되고 있는 것은 기이한 일로 보인다. 분열상태에서 소선거구제를 주장하는 것은 대여의석 경쟁이 아니라 야권내부의 의석경쟁이고, 그것은 다른 야당에 대한 적대감의 다른 표현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재야 영입문제도 그렇다. 참신하고 유능한 재야인사의 합류로 야당세가 더 커져야하고 체질개선을 이뤄야겠지만 이 문제로 통합자체를 불가능하게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김대중 평민당총재는 재야와의 통합을 역설하면서 평민당은 보수야당과는 성격이 다른 정책정당이라고 했는데 이 말이 보수야당의 체질개선을 강조한 것인지, 민주당과는 이념이 달라 통합이 어렵다는 시사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는 또 통합을 위한 자신의 후팅여론에 대해 언론이 중산층 이상의 여론만 반영한다고 불쾌감을 보이고 통합 후 물러간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우리는 김 총재의 이런 발언이 무슨 뜻인지 주시할 작정이지만 언론에 대한 그의 발언에 대해서는 유감의 뜻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야당통합 논의가 더 이상 질질 시간만 끌어서는 안되겠다. 여당은 나름대로 착착 진용을 갖추고 민화위를 통해 야당의 호재까지 선제하는 터에 야당이 통합문제로 시간만 보내서는 안된다. 각 당사자는 입장과 진로를 명백히 밝혀 결론을 내야하며, 누가 어떤 입장을 취했는가에 따라 국민이 선거에서 준엄한 심판을 내리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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