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한국인 입양아, 스웨덴 유명 작가 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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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5개월 만에 한국에서 스웨덴으로 입양된 뒤 소설가로 성장한 아스트리드 트로치(33)가 지난주 서울에 왔다.

오는 3~4일 재외동포재단과 대산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한민족 문학포럼'에 참가하기 위해 오랜만에 고국을 찾은 그는 "내 정체성에 대해 많이 생각하지만 스웨덴에서 살고, 스웨덴 말로 사고하며 글을 쓰기에 한국인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1996년 입양아들 이야기를 다룬 첫 소설 '피는 물보다 진하다'를 내자마자 2만여 부가 팔려나가며 스웨덴에서 화제를 모은 그는 처녀작으로 스웨덴 라디오 스톡홀름 에바상(올해의 책부문)을 수상하는 등 주목받는 작가가 됐다.

그를 입양한 가족은 아버지가 스톡홀름대 고고학 교수에, 어머니가 박사학위를 받은 지성인 집안으로 언니와 동생도 한국인 입양아들이다.

"우리집처럼 스웨덴에서 입양은 흔히 있는 일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한 저는 자연스레 제 구체적인 체험을 글로 쓰고 싶었어요. 스톡홀름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글쓰기에 뛰어들었을 때, 입양 문제가 저절로 펜 끝에서 흘러나왔지요. 하지만 이제 제 문학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입양은 다루지 않기로 했어요."

그는 자신의 두번째 작품을 "인간관계와 소외에 초점을 맞춘 소설"이라고 소개했다.

한 여성이 어느날 바람처럼 사라지고 가족들이 그를 찾는데 그 여성을 설명하는 얘기가 저마다 다르다는 줄거리다.

첫 작품이 성장사를 바탕으로 한 일종의 후일담이었다면, 이후부터는 삶의 보편성에 눈을 돌렸다는 설명이다. 세번째 작품인 '이 나라의 이방인들'도 편견과 소외의 문제를 천착해 비평가들의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창작 외에도 '고향을 찾아서, 20인의 한국입양아 출신자들'이라는 시집을 편집해 2003년 스톡홀름 국회 문화부문상을 받는 등 편집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한반도의 분단 가족사가 담긴 새 소설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그는 '한민족 문학포럼'에서 오래 고민해온 자신의 정체성을 주제로 한 글을 발표할 예정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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