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6자회담] "北 차기회담서 변화 보여야"

중앙일보

입력

이번 회담이 뚜렷한 진전은 없었지만 북한이 참여한 가운데 다자 논의가 이뤄졌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각국의 입장을 확인했고,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한 것은 큰 소득이다.

특히 참가국들이 6자회담의 유용성을 인정하고, 2차 회담 개최에 합의한 것은 북핵 문제 해결의 전망을 밝게 한다. 북한과 미국이 큰 충돌없이 파행으로 치닫지 않은 것도 성과다.

하지만 차기 회담이 문제다. 향후 북한의 가시적 조치가 보여지지 않는다면 미국 행정부 내에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북한은 미국이 적대정책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핵 보유 선언이나 핵 실험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북한의 이러한 주장들이 앞으로 되풀이된다면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 내 대화론자들의 입장이 좁아진다. 강경파들은 6자회담이 도움이 안된다고 다시 들고 나올 것이고, 대북 압박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북한의 태도 변화와 함께 2차, 3차 회담에서는 실질적인 조치들이 이어져야 한다. 미국의 태도는 향후 북한의 자세에 달렸다.

한국은 한.미.일 공조체제를 유지하며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의 입장 변화를 전제로 한 로드맵을 구체화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이 제시한 로드맵에 중국과 러시아가 동참하도록 하는 외교적 노력도 필요하다. 한국은 로드맵 작성에 에너지를 투입해 외교적 입지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