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 이란, 대규모 에너지 협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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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중국이 이란과 포괄적인 에너지 협력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 대표 사업으로 양국은 이르면 3월 중 수백억 달러 규모의 유전개발 사업 계약을 체결한다.

중국은 유전 개발에 필요한 돈과 기술을 이란에 제공하는 대가로 원유와 가스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 관영 IRNA 통신을 인용,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우리는 중국과 함께 석유.가스.운송 부문에 투자할 준비가 됐으며 중국은 가까운 장래에 이란의 첫번째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27일 전했다.

미국이 핵 개발과 관련해 이란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에너지 사업 협력을 명분으로 이란에 급속도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역학구조에도 적잖은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국제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통신에 따르면 전날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을 만난 뤼궈쩡(呂國增) 중국 외교부 부부장도 "중국은 이란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양국간 교역 확대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협력 추진 일정이나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다.

이에 앞서 미국의 국제뉴스 전문 사이트 월드트리뷴 닷컴은 서방 외교소식통을 인용, "중국과 이란이 에너지 공급 계약을 체결한다면 이란이 중국의 최대 석유 공급국이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양국의 거래 규모는 10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2004년 10월 이란의 야다바란 유전 개발에 참여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이는 중국석유화학공사(시노펙)가 하루 최고 생산량 30만 배럴 규모의 야다바란 유전을 개발하고, 25년간 연간 1000만t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이란으로부터 구입한다는 내용이다.

이란은 핵 문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돼 경제제재 조치가 나올 경우에 대비해 중국과의 협상을 조기에 마무리 지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개발사업에는 인도도 약 20%의 지분을 참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 외교가에선 핵 문제로 이란을 고립시키려던 미국의 전략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론 이란의 핵 개발을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제2위의 석유 소비국으로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을 확보하기 위해 이란과의 협력을 계속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은 수단.시리아 등 미국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국가들과도 에너지 협력 협상을 벌이고 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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