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재정부담 늘려야 한다" 농어촌 의료보험 문제점과 대책|-문태준<대한의학협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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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예상한 바와 같이 농어촌의료보험이 처음부터 여러 문제가 나타나 그 앞날에 적신호가 울리고 있다.
피보험자인 농어민들의 불만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것으로 집약된다. 첫째, 보험제도에 대한 인식의 부족으로 평소에 건강하고 병원에 잘 가지도 않는데 비싼 보험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둘째, 보험료가 지나치게 높고, 또 실질소득에 비해 불균형하게 부과된다는 불평이다.
셋째는 공무원이나 직장근로자들의 의료보험에 비해 진료지역이 지나치게 제한되어 있어 양질의 의료혜택과는 차단된 차별대우를 받게된다는 주장이다.
끝으로 정부의 재정지원이 있다하나 그 중에서 거의 반에 가까운 액수가 관리운영비로 쓰이고, 특히 조합장들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대우가 말썽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보험제도 자체에 대한 인식부족은 홍보부족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고, 이것은 차차 개선되리라 보지만 보험료에 대한 불만의 경우 공무원이나 도시근로자들은 대체로 농어민들보다 평균소득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보험료의 50%를 정부나 기업에서 부담하는 현실을 볼 때 농어민에 대해서는 더욱 납득할만한 지원책이 있어야 했다.
진료지역 제한은 실시 한 달이 채 못돼 생활권 위주의 제도로 변경되었지만 아직 개선할 점이 남아있다.
조합운영실태 역시 날카롭게 분석해 낭비를 억제하고 비합리적인 운영에 대한 방책을 세워야 한다.
이런 여러 가지 문제점들에 대해 필자는 다음과 같은 해결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먼저 의료보험뿐 아니라 모든 사회보험제도에 극히 생소한 농어민들에 대해 의료보험의 필요성, 부과된 보혐료의 당위성 등 대대적인 홍보와 설득이 필요하다.
가장 큰 난제인 재정에 대해서는 먼저 정부의 부담금 증액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사실 사회보험제도를 시행하는 외국과 비교해 볼 때 현재 우리 정부의 기여도는 지나치게 낮다. 공무원. 근로자들처럼 50%는 누군가가, 즉 정부에서라도 부담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부담이 해가 갈수록 점점 늘어나 정부재정에 압박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바 이러한 압박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작년 국회의 의료보험법 개정 때 통과된 보험재정안정기금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기존의료보험조합의 막대한 잉여금 및 적립금을 활용해 전국적인 규모에 있어 흑자조합과 적자조합간의 상호재정 안정장치를 만드는 가능성도 연구되어야 한다.
그리고 의료전달체계의 확립도 이러한 재정안정에 막대한 제도적 기여를 하게될 것이다. 기존의 의료보험은 같은 질병으로 여러 병원을 전전하거나 진료비가 월등히 싼 의원급 의료기관보다 초현대식 종합병원에 환자가 집중함으로써 막대한 낭비가 초래되고 있다.
특히 보험 급여의 폭을 비현실적으로 넓히지 말아야 한다. 필요한 최소한의 진료영역을 넘어서는 의료 수혜에 대해서는 일반환자로서의 자비부담으로 하도록 급여에 제한을 두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저질의료를 방지할 수 있는데, 우리 나라에 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된 뒤부터 항상「값싼 의료」만 추구되었을 뿐 의료의 질에 대해서는 거의 무시해왔다는 점을 지적해야 하겠다. 저질의료는 없는 것보다 못하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끝으로 사회보장, 특히 의료보험이 막대한 국가재정의 뒷받침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는 선진국의 경험을 무시하고 정부의 적은 재정지원으로도 의료보장을 할 수 있다는 인식 하에 전 국민보험을 추진한 당국의 용기에 대해서는 감탄할만하나, 이것이 초장부터 불가능하다는 현실에 직면했다면 바로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전환해야할 것으로 믿는다. 전 국민보험의 당위성은 아직 아무도 의문시하고 있지 않다. 빨리 정상궤도로 돌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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