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너무 달아오른다|금융·무역·건설편중…650선 육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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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증시가 너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아무리 대세가 낙관적이라지만 최근의 단기급등은 상식이상이다.
지난 26일 6백선을 돌파한 종합주가지수는 단 사흘만인 29일 6백40선도 단숨에 깨뜨리는 초강세 국면으로 이어지고 있다. 29일 종합주가지수는 12시 현재 6백47·46을 기록했는데 이는 작년 말(5백25·l1)보다 1백22포인트나 뛰어오른 것으로 배당락을 감안치 않더라도 올 들어서만 주가가 평균 잡아 23·3%나 오른 것이다.
최근의 주가폭등은 주로 공산권 교역확대가 주 호재가 되고있는 무역주와 대규모 증자기대가 있는 증권·보험·은행 등 금융주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여기에 부실건설주가 가세하는 이른바 무역·금융·건설의 트로이카 체제가 이뤄지고 있다.
28일부터 매기가 조립금속·제지·제약 등의 제조업으로 옮겨 붙는 양상을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도 주 도주와는 거리가 먼 상태다.
증시에 떠도는 수상한 소문이나 정부의 발표 등이 나오는 대로 호재로 받아들여지고 조정 국면 없이 수직상승세로 이어지고 있는 올 증시는 기본적으로 증시주변에 돈이 많다는 대전제하에서 출발하고있다.
정부가 증권사에 특담을 빨리 갚아라, 통안증권을 더 많이 안아라 해봐도 원체 증시주변에 몰린 돈이 많아 끄덕 없다는 낙관론이 팽배해있다.
작년 말 8천억원을 밑돌던 고객예탁금은 27일 현재 1조4천6백14억원으로 거의 2배 가까이 늘어났고, 요즘도 하루 수백억원씩 몰려들고 있다.
이 같은 자금이 무조건 사자, 그것도 인기주라는 금융·무역·건설 등에 집중적으로 몰려 전형적인 금융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기업 내용이라든지 업종의 장래라든지 하는 주식자체의 고유가치는 거의 무시된 채 이른바 「바보이론」만 무성하다.
예컨대 A라는 종목의 값이 터무니없이 올라있다 해도 더 비싸게 치고 살 다른 「바보」가 있기 때문에 지금 잡아도 늦지 않다는 식이다.
여기에 총선 전까지는 정부가 돈의 고삐를 죌 수 있겠느냐는 다분히 정치적 고려까지 편승해 그 전에 크게 벌어둬야 한다는 「한탕주의」도 짙게 배어있다.
공산권 교역확대가 과연 기업의 수익력을 높이는데 얼마만한 플러스가 될지는 고려대상도 아니다.
증권사들도 속으로는 요즘의 주가급등 특히 트로이카 체제로 불리는 편중거래가 「과대평가」에 기인한다는 점을 알면서도 방어적인 투자를 권하지 못하고있는 상태다. 주위에 배짱하나로 떼돈 번 사람들이 많다는데 신중한 자세 운운해봤자 먹히지도 않을뿐더러 거래가 많으면 수수료 수입이 그만큼 늘어나 이 소득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름세가 가파르면 벼랑도 급격하기 마련이다.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신중함까지 바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돌다리인지, 썩은 나무다리인지는 헤아리고 건너는 신중함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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