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파트너스, KT&G 경영권 공격 주도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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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KT&G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주체가 스틸파트너스 펀드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유명한 기업사냥꾼인 칼 아이칸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달리 '얼굴마담'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분석은 누가 공격을 주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3일 KT&G에 회사를 인수하겠다며 편지를 보낸 사람은 스틸파트너스의 대표인 워런 리히텐슈타인이었다. 그는 서신에서 "KT&G 주식을 산 주주들은 의결권을 약속받았지만 곽영균 사장 측이 이를 철저히 무시해 회사 인수를 제안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3일 아이칸.스틸파트너스.하이리버 펀드 등이 지분을 6.59% 공동 매입했다고 공시했을 때도 사실상 주체는 스틸파트너스였다. 당시 스틸 측은 "KT&G 이사회에 우리가 지명하는 후보를 1명 이상 앉히겠다는 취지를 아이칸에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다"며 "주총에서 스틸의 후보에 아이칸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7일엔 리히텐슈타인이 KT&G를 방문해 인삼공사의 구조조정과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드러난 정황을 보면 알려진 대로 아이칸이 스틸파트너스에 손잡자고 요청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아이칸의 지분(3.8%)이 스틸파트너스(1.8%)보다 많아 주식을 대량으로 샀다고 금융당국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아이칸 이름이 대표로 올랐고, 자연스레 아이칸이 부각됐지만 주도권은 스틸 측이 행사하고 있다는 말이다. KT&G 주식을 처음 사들인 것도 스틸파트너스(2005년 6월)로 아이칸보다 석 달 빨랐다.

스틸과 아이칸 측 모두 단기이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다. 다만 누가 경영권 위협의 주도권을 쥐었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인수합병(M&A)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이칸은 자산 매각, 이사진 확보 등 처음 내세운 목표를 끝까지 밀어붙인 사례가 많다. 세계 최대의 미디어 회사인 타임워너는 최근 아이칸의 요구로 출판사업부 매각을 발표했다. 지난해 초엔 미 에너지업체인 커-맥기가 아이칸의 압박에 밀려 북해 지역 자산을 팔았다.

반면 스틸은 공개매수 등의 위협을 통해 배당금.주가를 올린 뒤 지분을 팔고 빠져나온 경우가 많았다. 2003년 일본 섬유화학업체 소투주식회사를 상대로 공개매수 경쟁을 벌여 결국 전년 대비 15배 높게 배당금을 책정하도록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주가가 두 배 넘게 오르자 스틸은 이듬해인 2004년 보유 지분을 대부분 처분해 이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스틸파트너스는 회사를 인수하겠다는 서신에 대해 KT&G에 28일까지 답을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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