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는 체제에 "긍정적"|김범직 교수 이색 연구논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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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운동경험이 있는 사람은 경험이 없는 사람에 비해 위정자나 국가정책을 보다 신뢰한다. 자신의 의사가 정책에 잘 반영된다고 믿을 뿐 아니라 보다 높은 국민 일체감과 시민 의무감을 갖는다.
운동경력이 많으면 많을수록「법과 질서」를 준수하려는 성향을 갖게 되며 같은 운동경험 중에서도 축구 등 구기운동과 같은 조직적· 집단 경쟁적 운동을 경험한 사람이 보다 충성심이 강하고 정치체제의 정통성을 높게 인식한다.
스포츠와 정치의 상관관계에 대한 색다른 연구가 나왔다. 포정공대 김범식 교수(35·전임강사)가 서울대 체육교육과 박사학위 논문으로 24일 제출한 화제의 연구보고는「스포츠를 통한 정치사회화가 국민정치태도에 미치는 영향」 .
김 교수는 이 논문에서『정치에 대한 신뢰감·국민적인 연대감·시민적인 의무감등 정치태도에서 스포츠를 경험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사이엔 뚜렷한 차이가 있었으며 운동경험자가 보다 체제에 순응하는 성향을 나타냈다』고 보고하고『이는 스포츠가 정치태도를 형성하는 중요한 변수라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포츠와 정치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설문조사를 통해 통계적 정량분석으로 그 연관성을 밝혀낸 것은 이번이 처음.
김 교수는 운동선수 5백13명과 운동경험이 없는 5백43명을 임의로 선정해 정치신뢰·국민일체감·정치효능·정치참여 등 정치태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 양 집단사이의 차이를 비교 분석했다. 설문 항목별로「매우 그렇다」또는「지지한다」(5점)에서「절대 그렇지 않다」또는「절대 반대한다」(1점)까지 5단계로 반응을 구한 뒤 집단별로 합산평균 처리해 분석한 결과 흥미로운 대조가 나타났다.
◇국민일체감=「국가가 망하면 나도 망한다고 믿는가」「한국사람으로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가」등 애국심·충성심·국가정체감을 묻는 항목들에 대해 운동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평균 4·19점을, 경험이 없는 사람은 3·97점을 나타내 운동경험이 있을수록 현저히 높은 일체감을 보였다.
◇시민 의무감=「아무리 불합리한 법률도 일단 제정되면 반드시 지켜야한다」「올림픽과 관련, 일상생활에 통제가 따른다 해도 불평을 감수하겠다」는 등 준법의식과 사명감을 묻는 항목에서 운동경험자는 3·7점, 비 경험자는 3·5점으로 역시 운동을 한 사람들이 의무감이 높았다.
◇정치효능=「국민이 뭐라고 하든 정부 일은 그대로 돌아갈 것이다」「나의 투표행위가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을 확신한다」등 정치효능에 대한 인식에서 운동경험자(3·86점점)는 비 경험자(3·59 )에 비해 정치효능에 대한 신뢰가 높았다.
◇정치신뢰=「정부에 대한 비판·반대의사를 표명하면 피해를 ,본다」「정부의 올림픽 유치는 국가발전을 위한 사심 없는 충정에 의해 결정된 것」등 정치에 대한 신뢰도 조사질문에서 운동경험자(2·93점)가 비 경험자(2·55점)보다 역시 높은 신뢰를 나타냈다.
◇정치참여=「특정 정당에 대한 찬반의사 토론을 친구와 벌여본 적이 있는가」「투표가 있으면 참가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운동집단(3·44점)은 비 운동집단(3·35점)보다 참여의식이 강했다.
김 교수는 이를 다시 연령·성·계층·교육수준·운동유형별로 분석, ▲운동경력이 많을수록 시민 의무감이 높고(9년 이하의 경력자는3·65, 10∼19년 경력자는 3·7,2 20년 이상 운동을 한 사람은 3·99점) ▲운동종류 별로는 축구(4·24) 권투(4·12) 사격(4·05) 리듬체조(4·03점)의 순으로 국민일체감이 높은 대신 사격(3·8) 권투(3·77) 축구(3·72) 리듬체조 (3·42점)의 순으로 시민의무·사명감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조직력을 보다 중시하는 스포츠일수록 동일체의식을 높이는 효과가 있고 기록경기 등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스포츠는 사명감과 의무감을 고취하는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또 같은 운동선수사이에서도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애국심·정부정책의 호응도가 높았으며 계층이 낮을수록 국민일체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산업사회에 들어서면서 학교 등 공식채널을 통한 정부의 의도적인 정치교육 효과가 한계에 부닥치면서, 특히 개발도상국가 등에선 가정·동료집단·스포츠 등 비정치적·비정규적 채널을 통해 체제유지적인시민정치 교육을 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적한 김 교수는『정치는 스포츠가 갖는 조작·상징·동일화 등의 속성을 이용함으로써 스포츠를 통해 사회통합기능을 수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문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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