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실속있게 동구권과의 포상증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공산권과의 경제협력 문제가 구체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상의와 헝가리상의가 경협 확대를 위해 업무협정을 체결한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헝가리뿐만 아니라 동구 여러나라와 중공등 공산국가들과는 그동안 이념과 체제를 넘어서 직접교역은 아니더라도 제3국을 통한 간접교역 형태로 경제관계를 맺어왔다.
이 같은 경제관계는 비록 정식국교가 없지만 경제의 보완성·호환성에서 필요에 따라 자연발생적으로 이루어진 후 서로 실익이 있기 때문에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긴밀해지고 확대 일로에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대한상의와 헝가리상의간 업무협조 협정체결은 공산권과의 경협확대를 위한 하나의 기폭제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공산권과의 경제관계는 민간경제차원에서까지도 공식화된게 하나도 없었다. 이제 비로소 헝가리와 경제단체수준에서 첫번째로 공식화하는데 성공했다.
두 나라 상의간 체결된 업무협조 협정내용으로 보아 상호경제관계는 보다 유기적이고 성숙된 단계로 발전가능성이 엿보인다. 업무협조 협정에서 양국 상의는 통상사절 파견과 무역박람회 개최등에 힘쓰기로 합의했다.
이런 내용은 공산권과의 경협형태에서 새로운 발전적 시도가 아닐 수 없으며 이 같은 시도가 또 다른 공산국가와의 경제관계에까지 미칠 파급효과를 계산해보면 큰 의미가 있다. 더구나 국교가 없는 국가와의 관계가 민간경제 차원에서 시발되어 외교적 관계로 발전되는 통상의 경우를 감안하면 또 다른 차원에서도 가능성이 엿보인다.
뿐만 아니라 자유진영의 민간경제 단체와 공산주의 국가에서 경제단체의 성격과 위상이 다를 것으로 보아 「업무협조협정」 체결은 시사하는바 크다.
어쨌든 국내에서 공산권과의 교역확대를 위한 무드가 정부 사이드는 물론 민간경제계에도 고조되고있다. 이번 헝가리와 보다 구체화된 경협관계의 진전이 있는 것을 계기로 몇가지 사항을 유의했으면 한다.
첫째, 공산국가들과의 경협확대는 시대적인 추세이기는 하지만 아직 국교가 없기 때문에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실속있게 추진해야 한다. 지금 경제단체·대기업등 민간경제계에서는 지나치게 서두르고 있는 듯한 감이 있다. 동구권과의 통상에 있어서도 통상 그 자체 못지 않게 실속을 도외시할 수는 없다.
둘째, 지나친 경쟁을 해서는 안되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경제단체마다 뒤질세라 각종 공산권연구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중복, 난립하는 연구기관은 낭비를 초래하게될 것이다.
셋째, 전문요원 양성을 서둘러야한다. 이미 종합상사등이 활발히 추진하고 있으나 잠재적인 교역 대상국들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기에는 미흡하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넷째, 공산권에 대한 경제를 비롯한 각종 정보·자료는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제도화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처음부터 경협파트너로서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잘 심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적 안목에서 접근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으며 거래가 꾸준하게 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