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삼성화재배세계바둑오픈] 믿고 싶지 않았던 이창호의 패착, 218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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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결승1국 하이라이트>
○ . 이창호 9단(한국) ● . 뤄시허 9단(중국)

장면도(218~229)=전장엔 흙먼지가 자욱하다. 생사를 건 길고 긴 패싸움에 육신은 지쳤고 이제 혼마저 빼앗아 갈 지경이다. 이창호 9단이 문득 패착을 둔다. '아!'하는 나지막한 탄성이 지나가고 검토실엔 깊은 정적이 흐른다.

쌍방 많은 실수를 주고받았지만 218은 가장 마지막에 등장한 실수였고 그래서 돌이킬 수 없는 패착이 되었다. 이 수로 219 자리에 이었으면 백승이었다. 뤄시허(羅洗河) 9단은 즉각 219로 끊었고 이리하여 226까지 새로운 패싸움이 시작됐다. 그러나 이 패는 백도 부담이 너무 컸고 그 '큰 부담'이 백이 한 개 차이로 앞서 있던 팻감 시장에 변화를 가져왔다.

때맞춰 등장한 227이 좋은 수. 팻감을 한 개 더 내주지 않으려면 228로 끊을 수밖에 없는데 놀랍게도 이젠 구급약으로 아껴둔 A의 곳이 팻감이 안 된다. 다시 한 번 '아!'하는 탄성이 검토실을 훑고 지나간다. (229-패때림)

<참고도1>=어제 낸 문제를 짚고 간다. 실전의 228이 아니라 백?로 이었을 때 나타나는 변화인데 핵심은 흑1이 팻감이 되느냐, 마느냐. 해답은 '안 된다'이며(만약 된다면 이 변화도 흑승이 된다) 백은 2로 이어 좌상을 모두 잡고 승리를 결정 짓게 된다.

흑3이어도 6의 빈삼각이 양쪽을 맞보는 호착이어서 흑을 잡게 된다.

<참고도2>=실전에서도 백1이 팻감만 된다면 백승이다. 그러나 흑은 불청하고 2로 따내 버린다. 백3을 잡아도 흑4로 중앙이 잡히면 바둑은 흑의 압승. 상변 패를 너무 키웠기 때문에 생긴 비극이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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