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꿈꾸던 중학생 일기장에 "내 꿈이 좌절됐다" 극단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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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경기도 동두천에서 자신의 꿈이 좌절됐다며 한 중학생이 투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중앙포토]

16일 오후 경기도 동두천에서 자신의 꿈이 좌절됐다며 한 중학생이 투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중앙포토]

“내 꿈이 좌절됐다.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진로 문제로 고민하던 중학생 극단적 선택 #경찰 "자살 원인 학폭·우울증은 아닌듯" #이달 초부터 일기 형식으로 자신의 심경 기록 #아빠·엄마·누나한테 "미안하다. 사랑한다" 편지 #가족들 멘붕, 아버지 아이 안고 1시간동안 통곡

만화가를 꿈꾸던 한 중학생이 숨지기 전 남긴 말이다. 이 중학생은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아이의 죽음에 넋을 잃은 듯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16일 오후 4시5분 경기도 동두천의 한 아파트 1층 외부 바닥에서 중학교 2학년 A군(14)이 숨진채 발견됐다.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119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16일 오후 자신의 꿈이 좌절됐다며 한 중학생이 자살을 선택했다. [중앙포토]

16일 오후 자신의 꿈이 좌절됐다며 한 중학생이 자살을 선택했다. [중앙포토]

경찰 조사결과 A군은 ‘컴퓨터를 보라’는 내용의 메모를 남겼다.
컴퓨터에는 일기 형식의 유서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일기는 이달 초부터 작성됐다. 유서는 아빠와 엄마, 누나에게 쓴 편지가 담겼다. 또 자신의 꿈이 좌절된 것에 대해 비관하는 내용도 있었다.

A군은 유서에서 “아빠 미안해, 나 없이도 잘 살아야 한다. 엄마랑 싸우지 말고, 사랑해”라고 적었다. 또 엄마에게는 “엄마가 평소 나에게 너무 잘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아빠랑 행복하게 잘 살아야 된다. 사랑해”라고 적었다.
누나에게는 “누나도 엄마 아빠 말 잘 듣고 공부 잘하고 사랑해”라고 남겼다.

자살을 선택한 초중고 학생이 최근 5년간 581명에 이른다는 조사가 나왔다. [중앙포토]

자살을 선택한 초중고 학생이 최근 5년간 581명에 이른다는 조사가 나왔다. [중앙포토]

A군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가족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실제 A군의 아버지는 숨진 아들을 끌어안은 채 1시간 동안 통곡했다고 주위 사람들이 전했다.

A군은 당초 학교폭력과 우울증에 의한 자살로 추정됐지만 그렇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올 초 반 친구들과 다툼이 있었지만, 부모들끼리 서로 합의한 이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우울증 치료를 받은 진단 기록도 없었다. 경찰은 다만 사춘기에 접어든 중학생이 자신의 꿈이 좌절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로고

경찰 로고

경찰 관계자는 “만화가가 되는 게 꿈이었던 A군이 진로 문제로 고민 갈등한 것같다. 그렇다고 가족들이 다그치거나 그런 정황은 없었는데 아이가 사춘기다 보니 예민해져 비극적 선택을 한 것 같다”고 추정했다.

동두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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