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이 좌절됐다.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진로 문제로 고민하던 중학생 극단적 선택 #경찰 "자살 원인 학폭·우울증은 아닌듯" #이달 초부터 일기 형식으로 자신의 심경 기록 #아빠·엄마·누나한테 "미안하다. 사랑한다" 편지 #가족들 멘붕, 아버지 아이 안고 1시간동안 통곡
만화가를 꿈꾸던 한 중학생이 숨지기 전 남긴 말이다. 이 중학생은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아이의 죽음에 넋을 잃은 듯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16일 오후 4시5분 경기도 동두천의 한 아파트 1층 외부 바닥에서 중학교 2학년 A군(14)이 숨진채 발견됐다.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119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경찰 조사결과 A군은 ‘컴퓨터를 보라’는 내용의 메모를 남겼다.
컴퓨터에는 일기 형식의 유서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일기는 이달 초부터 작성됐다. 유서는 아빠와 엄마, 누나에게 쓴 편지가 담겼다. 또 자신의 꿈이 좌절된 것에 대해 비관하는 내용도 있었다.
A군은 유서에서 “아빠 미안해, 나 없이도 잘 살아야 한다. 엄마랑 싸우지 말고, 사랑해”라고 적었다. 또 엄마에게는 “엄마가 평소 나에게 너무 잘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아빠랑 행복하게 잘 살아야 된다. 사랑해”라고 적었다.
누나에게는 “누나도 엄마 아빠 말 잘 듣고 공부 잘하고 사랑해”라고 남겼다.
A군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가족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실제 A군의 아버지는 숨진 아들을 끌어안은 채 1시간 동안 통곡했다고 주위 사람들이 전했다.
A군은 당초 학교폭력과 우울증에 의한 자살로 추정됐지만 그렇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올 초 반 친구들과 다툼이 있었지만, 부모들끼리 서로 합의한 이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우울증 치료를 받은 진단 기록도 없었다. 경찰은 다만 사춘기에 접어든 중학생이 자신의 꿈이 좌절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만화가가 되는 게 꿈이었던 A군이 진로 문제로 고민 갈등한 것같다. 그렇다고 가족들이 다그치거나 그런 정황은 없었는데 아이가 사춘기다 보니 예민해져 비극적 선택을 한 것 같다”고 추정했다.
동두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