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보수가의 적정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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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의료보험 수가를 둘러싼 의료계와 보험당국의 해묵은 진통이 재연되고 있다.
병원협회를 비롯한 의료계 단체들이 수가의 20%이상 인상을 요구하며 이것이 관철되지 않으면 의료보험 요양취급기관 지정서의 반납도 불사하겠다고 결의하고 나선 것은 작년 11월이다.
이들은 물가상승에 훨씬 못미치는 보험 수가인상과 지난 2년동안의 수가 동결로 전국에서 작년 한해만 해도 27개 병원이 도산했거나 자진 폐업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또 그동안 낮은 의료보험 수가로 인한 결손을 대부분의 병원들이 일반환자 진료 수입에서 보전해오고 있는 불합리한 현실이라는 것이다.
더우기 금년부터 시작된 농·어촌 의료보험 전면 실시로 인해 의료보험이나 의료보호 적용범위가 확대된 만큼 상대적으로 일반수가 적용범위가 축소됐기 때문에 의료보험수가의 현실화가 시급해 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작년 하반기 이후 불어닥친 임금인상을 둘러싼 노사분규가 의료기관까지 파급돼 진료 원가부담은 가중되고 있음을 호소하고 있는것이다.
이에 대해 보건사회부등 보험당국은 의보수가 재조정의 불가피성은 인정하면서도 적정선 산출작업이 진행중이라는 이유로 선뜻 단안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것 같다.
어느 상거래나 마찬가지로 의료서비스도 값이 싸면서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면 이상적일 것이다. 그러나 값만을 생각한 나머지 서비스의 질을 외면한다든지 무리하게 값을 억제함으로써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가 된다면 바람직한일은 아니다. 특히 의료서비스는 사람의 건강과 생명에 직접 관계되는 일이므로 더욱 신중을 기해야할 문제다.
우리는 의보수가의 척정선에 대해 언급할 전문적인 입장에 있지 않다. 다만 당국이 수가의 억제에만 연연한 나머지 의료기술의 개발과 선진진료방법의 도입등 의료계 발전을 외면함으로써 전반적인 의료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점은 분명히 해두고 싶다.
의료수가의 산정및 심사도 보험자측의 일방적인 결정을 지양하고 의료계와의 협의를 거치거나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별도기구에 맡기는 것도 끊임 없이 제기되는 수가에 대한 불평과 시비를 종식시키는 방법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
올해부터 실시된 농어촌 의료보험, 그리고 내년부터 시작되는 도시서민들에 대한 의료보험을 앞두고 의료계의 걱정은 심각한것같다. 이미 7년전부터 시도된 시범지역 의료보험이 적자투성이였다는 선례에 앞으로 닥칠지 모를 미불진료비에 대해 지레 겁을 먹고 있는 눈치다.
농어촌 의보가 실시 첫날부터 차질을 빚는 꼴을 보면 그것이 단순한 기우라고만 볼수도 없다. 보다 면밀하고 완벽한 기초작업이 있어야 하겠지만, 의료업계에도 최소의 이윤으로 최고의 진료를 베푼다는 봉사정신을 당부한다. 아직도 「의술은 인술이라는 신뢰와 기대를 갖고 있는 우리 국민을 실망시켜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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