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설인가 예술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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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6일 하오 4시 30분, 서울 동숭동 대학로 바탕골 소극장에서는 대본 심의 절차를 무시하고 공연된 데다 외설·퇴폐·반미 내용 시비로 물의를 빚은 연극 『매춘』의 사흘째 공연이 강행됐다.
4일 개막된 공연은 5일 하오 주부 20여명이 「음란 공연 중지」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여 외설 시비에 휘말렸고 이날 공연은 서울시가 경찰을 동원, 공연을 강제로 중지시킬지도 모른다는 얘기까지 나돌아 긴박감마저 감도는 분위기였다.
극단 측은 공연장 입구에 『당국은 행정관청의 판단만으로 표현 자유를 침해하는 구태의연한 작태를 중단하라』는 요지의 대자보를 내붙였다. 또 입장객들에게는 이 연극의 외설·반미 여부를 묻는 설문지도 나누어주었다.
그러나 당국의 경찰 동원은 없었고 극장은 세간의 물의가 관심을 불러일으킨 듯 1백 20좌석에 1백 80여명이 몰려 성황.
『내 돈주고 내가 산 술 자리다. 옷을 벗기 싫으면 벌주를 마셔』
『우리 나라 최초의 양공주는 셔먼호 사건 때의 평양 기생 최옥향』
질펀한 술좌석 장면, 사창가 풍경, 외국인 상대 접대부를 묘사하는 장면 등 당국이 문제삼은 낯뜨거운 대사와 연기가 포함된 연극은 무대 위에 펼쳐졌다.
대부분 20∼30대 젊은 남녀들인 관객들은 대체로 진지한 표정들.
하오 6시 1회 공연이 끝났다.
글쎄, 떠들썩했던 만큼 「재미」나 「내용」이 없네요. 그렇다고 외설 운운으로 너무 심각하게 모는 것도 지나친 것 같고….』 『사회 고발을 내세우고 있지만 작품으로선 미흡하고 저속한 상업주의 냄새가 더 나는 연극 같습니다』
『다소 문제는 있지만 외설로 문제삼을 대상은 아니라고 봤습니다.』
관객들의 반응은 약간의 차이가 있었으나 비슷했다. 그러나 공연이 진행 중인 6일 하오 5시 서울시는 동대문 경찰서에 연극을 공연한 극단 바탕골을 공연 신고 미필 혐의로 고발했다.
민주화의 진통은 연극 무대에서도 이미 막이 오르고 있었다. <최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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