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통행식 통상압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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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무역협상은 상대가 있는 것이어서 합리성을 전제로 한다. 서로 주장할 것은 주장하되 상호주의에 입각하여 합리성에 따라 타협과 양보로 현안문제들을 풀어나가는것이 무역협상이다.
최근 한미통상관계를 보면 미국과의 무역협상은 정상궤도를 크게 벗어나고 있음을 실감케 된다.
미국은 합리성을 잃고 감정을 앞세워 일방적으로 통고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들고 있다.
미국은 최근 워싱턴에서 개최된 한국의 담배시장 개방과 관련된 협상이 결렬되자 담배, 보험시장 추가개방과 관광호텔용 쇠고기 수입등 세가지 현안을 들고나와 며칠 안남은 연말까지 타결해주지 않으면 내년에 들어가자마자 미통상법 301조 발동, 일반특혜관세제도 (GSP)적용 배제등 무역보복조치를 취할 것임을 통보해왔다고 한다.
담배에 관해서는 한국측이 수입담배 가걱을 단계적으로 국산담배값에 접근시키려는데 반해 미국측은 시장기능에 맡겨 자유화하여 곧 7백∼7백50원까지 내리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 한국은 판매방식을 전매공사 판매조직을 통하도록 하고 있으나 미국은 사실상의 자유판매를 주장하고있다.
보험은 합작선이 될 국내 재벌의 참여제한 문제에, 관광호텔용 쇠고기수입은 수입시기에 양측 주장이 엇갈려 있다.
담배가격에 관한 한 우리측도 어느 단계에 가면 8백50원선까지 내리겠다고 양보함으로써 미국측과 의견차이가 1백원까지 좁혀졌다. 우리측이 대단한 성의를 보였다.
30대 재벌에 대해 보험합작을 제한하려는 것은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려는 순수한 우리 대내 경제문제라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측의 요구는 지나치다고 본다. 또한 관광호텔용 쇠고기 수입 역시 수입물량을 생각할때 미국 무역수지에 큰 도움을 못주면서도 우리의 축산농가에 미치는 충격은 엄청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의 대미 무역흑자가 지난해 73억달러에서 올해에는 95억달러로 늘어나게 되었고, 일본·서독등 선진국들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미국의 무역적자 축소가 힘겨워 개도국에 시장개방이나 통화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는 정황을 모르는바 아니다.
그러나 한국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차별적이고 가혹하며 노골적이어서 문제다.
오늘날 통상외교가 다자간주의에서 쌍무주의로 흐르고 있기는하나 최근 대한 통상압력을 보면 쌍무주의 마저도 무시된 일방통행식이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듯이 공세를 펴는 미국의 태도로 보아 우리의 선택은 두가지중의 하나가 될수 밖에 없다. 어떤 보복이 있어도 우리의 입장을 고수하든지, 아니면 미국측의 주장을 수용하든지 해야 한다. 예상되는 미국의 보복이란 우리의 주종 수출상품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를 일단 상정할 수 있다. 이번에 설마 미국측의 요구를 다들어준다고 미국의 대한경제압력이 끝나는 것도 아닐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미국시장관리를 위한 실리면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에 대응책 선택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만일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한다면 그에 따른 농축산 농가의 희생에 대해서는 별도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보복을 감수하고 우리 입장을 고수하는 경우 공산품 제조업계와 수출업계가 당하는 불이익이 우리의 입장을 포기함으로써 농축산농가에 전가되기 때문에 형평을 위해서 그런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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