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10역」뛰어난 연기 감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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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술로 망한 사람, 술을 통해 진리를 깨닿는 사람, 술 없인 살수가 없다는 사람, 술을 저주하는 사람등 술과 사람사이에는 운명적인 관계가있다.
산울림 소극장에서 공연중인 주호성의 1인극『술』(이석영작·임영웅연출)은 술로 인해 운명이 결정되어 버린 주인공 주정방의 넋두리를 통해「술마시게 하는」우리 사회를 풍자한다.
관객 틈 사이로 슬그머니 나타나 우연히 관객들 앞에서 『술값을 벌기위해』 자신의 「술 인생」이야기를 펼쳐가는 주정방이의 술 내력은 술꾼인 아버지로부터 시작된다.
7세때 술꾼아버지 앞에 앉아 안주인 딸기가 먹고 싶어 술 석잔을 받아 마시던 일, 가출한 아버지를 찾아 술집을 전전하다 삐끼·웨이터등 밑바닥 인생의 고통을 겪던 일, 돈을 벌기 위해 술장사를 시작한 일, 자신의 과거를 감추고 여대생 아내를 맞은 일, 자신의 술집으로 찾아온 아버지로 인해 생긴 아내와의 불화, 술에 탐닉하면서 사업이 망하고 처자를 버리고 가출한 일, 파란만장한 인생의 고통을 술로 달래는 현재의 모습등 주정방이의 넋두리는 술취한 사람의 행동처럼 뚜렷한 인과관계없이 다소 몽롱하게 이어진다.
1인극의 특성이 연기자와 극의 진행을 돕는 고수, 관객이 즉흥적으로 대거리를 주고받으면서 교감을 높이는데 있다면 『술』은 그와같은 1인극의 특성이 최대한으로 발휘되고 있다고 보여진다.
올해 서울연극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주호성은 취객의 흐트러진 표정과 행동, 술꾼 남편에 진절머리나는 중년여인의 야멸찬 모습등「1인10역」의 탁월한 연기를 통해 관객들로하여금 웃음을 참지 못하게 하는가 하면 때로는 눈물이 핑 도는 비애를 맛보게 하기도 한다.
『술』은 자기에게 『술 한잔 사면 가는 길을 알려주겠다』며 소개하는 술나라 이야기로 끝난다.
선거로 인해 들떴던 마음, 선거뒤끝에 남은 허탈감등은 술나라를 상상하면서 잠시 잊을수도 있을 것 같다. 공연문의 (334)5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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