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정치는 당내부터|―새로운 정치문화의 확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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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40년간 우리는 민주주의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치고 배워왔다. 그러나 그것은 지식에 그쳤을뿐 실천되지 못했다. 그 때문에 아직도 민주화가 우리의 가장 큰정치적 과제가 돼있다.
12.16선거에서도 각 후보들은 민주주의에 관한 공약을 수없이 제시했다. 이제 민주주의가 지식과 언사의 단계를 넘어 제도화되어 실천돼 나가야 한다.
마침 재집권에 성공한 민정당에서 당내 민주주의가 움트기 시작했다. 당의 각 단위 기구들이 고유한 권한을 되찾고 부여된 거부권을 행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원들은 위로부터 일방적으로 지시받던 관행에 제동을 걸고 스스로 참여하고 나섰다.
당 자체로서도 노태우후보의 선거공약에 따라 당내 민주주의의 제도화에 착수했다. 중앙위의장과 원내총무를 비롯한 몇몇 중요당직자에 대한 경선제를 도입할 계획이라 한다.
민주주의는 곧 의회정치다. 의회정치는 정당중심의 정치다. 따라서 정당이 민주화되지 않는한 민주정치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우리의 모든 정당들은 밖으론 민주를 내걸고 안으로는 비민주를 해왔다.
당내 민주주의는 크게 두 요소로 성립된다.
그 하나가 당직의 공개경선이다. 일정 요건을 갖춘 당원이면 누구나 모든 당직에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은 당기구의 자율원칙이다. 당내외 모든 중요 조직과 기구등이 독자적 권한을 자율적으로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기준에서 볼때 우리 정당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아직 민주정당이 아니다. 모든 것은 위에서 결정되어 일방적으로 아래로 지시된다. 지역구 후보의 지명도 철저한 하향식 공천이다.
당의 민주화가 안되었기 때문에 국민의 의사가 정당을 통해 정치에 반영되지 못했다. 당직자들은 국민을 떠나 위만을 향해 허위에 찬 충성경쟁을 벌이는 나쁜풍토가 생겨났다.
당내의 권위주의와 밀실결정, 하향식 명령체제가 시정되지 않는한 당내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 당내 민주주의는 당의 통합성과 효율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안에서 계속 확대돼야 한다.
정당의 민주화는 당내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국민의 압력이 가해져야 한다. 앞으로 당내 민주주의가 안된 정당은 모든 선거에서 손해를 보도록 해야 한다. 민주적 절차를 거쳐 출마한 사람에게 표를 모아주는 풍토야말로 당내 민주주의의 촉진제다. 민정당의 당내 민주화노력은 야당으로 확산돼야 한다. 민주와 평민의 두야당과 양김씨는 당내 민주주의가 집권여당에 의해 선도되고 있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당내 민주화 노력이 모든 정당과 사회단체에 파급될 때 제6공화정은 민주주의의 선진단계인 서민민주주의 (Grass-roots democracy)에 바탕을 둔 건실한 민주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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