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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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요즘 서울의 교통은 말이 아니다. 밤낮으로 시도 때도 없이 자동차가 밀린다. 세밑에만 그런것이 아니다.
원인은 따져볼 것도 없다. 첫째는 길이 제대로 뚫려있지 않고, 둘째는 자동차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의 도로점유율은 17%로 집계되고 있다. 도로점유율이란 산과 임야, 개울(하천)을 빼고 남은 주거지 가운데 도로가 차지하는 넓이다.
그 비율만 보면 서울과 동경은 엇비슷하다. 동경의 경우 22%로우리보다 다소 나은 정도다. 그러나 서울의 교통은 동경에 비할바 아니다. 더 밀리고 더 복잡하고 숨이 막힌다.
참고삼아 세계 유명도시의 경우를 보자. 뉴욕은 35%, 파리 25%, 워싱턴 43%. 이들 도시는 모두 자동차 많기로 세계에서 첫손가락 꼽히는 곳이다. 인구 3명에 승용차 두대비율인 미국의 대도시는 36명에 승용차 한대꼴인 우리나라보다 훨씬 자동차 소통이 잘 된다.
문제는 도로율에만 있지 않다. 서울의 경우 폭12m이하의 도로가 전체의 82%나 된다. 그나마 이들 소도로는 폭이 일정치 않고, 큰 도로와 연결되어 있지않고, 급커브에 회전할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져 있지않아 이용률이 낮다.
도로소통률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서울광화문에 자동차 밀리는 경우를 보아도 알수 있다. 결국 시청 앞의 소통이 시원치 않아 「잼」(체증) 현상이 생긴다. 도로가 아무리 넓어도 소통률이 낮으면 소용없다.
여기에 자동차는 오죽 많은가. 요즘은 하루평균 서울의 승용차증가댓수가 3백10대에 달한다. 서울의 자동차 등록댓수는 60만대를 넘기 시작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승용차 가동률은 선진어느나라보다 높은 것같다. 출퇴근 시간에 보면 혼자타고 다니는 승용차가 대부분이다.
그러고 보면 근본문제는 「자동차문화」, 「교통행정」에 있는것 같다. 지금부터라도 이런 문제를 풀어가는 아이디어가 나와야한다. 우리나라엔 걸핏하면 무슨 지옥이라는 말들이 많은데 교통지옥은 특히 견디기 어려운 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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