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권의 서을을림픽 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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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동구권 공산국가인 헝가리와 동독이 88서울올림픽 참가를 「공식선언」했다. 꼭 9개월후로 다가온 서울대회가 명실공히 범세계인의 축제가될 것임을 예고하는 청신호다.
지난 두차례의 올림픽이 미소간의 정치적 대립끝에 반쪽대회가 돼버린 쓰라린 경험을 갖고있는 세계인들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증심으로 88대화만은 기필코 온전한 대회가 되도록 끈질기게 노력해왔다. 이 노력이 이제 결실을 거두기 시작, 서울대회는 실로 12년만에「완전한 을림픽」으로 치러질 전망이 섰다.
그러나 이같은 축제 분위기에 유독 재를 뿌리고 있는 집단은 지구상에 단 하나, 북한뿐이다.
주지하다시피 북한은 6년전 서독 바덴바덴에서 한국대표단이 서울대회 유치 신청을 내자 엉뚱하게도 방해공작을 폈을 뿐만아니라 막상 서울개최가 확정되자 온갖 억지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
처음 내세운 남북한 공동개최안이 각국의 외면을 받게되자 종목별 분산개최를 떼쓰기 시작했고 이것도 호응을 못얻자 분산개최의 종목수를 가지고 억지를 쓰고 있다. 막판에 내놓은 단일팀 구성안도 현실성이 없는 시간끌기 작전일 뿐이다.
우리는 이같이 계속 생떼를 쓰는 북한측의 속셈을 모르는바 아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88서울대회가 한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일대 도약의 계기가 되지 않도록 막아 보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대회는 그들의 집요한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성대히 치러질 토대가 착착 마련돼가고 있다.
이미 1백67개의 IOC회원국중 1백15개국이 참가신청서를 접수시켰고, 그동안 눈치를 살펴오던 공산국가들은 이번 헝가리·동독의 공식참가 선언을 신호로 대거 참여의사를 밝힐것이 확실해졌다.
북한의 종주국인 소련과 중공은 이번에 형가리·동독을 내세워 공산권의 공식참가의 물꼬를튼 다음 신청마감일인 내년 1월17일에 임박해서 공산권의 대거 참가신청을 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동구권 국가들은 88대회 출전권을 따내기 위해 종목별 예선경기에 모두 참가하고 있으며 소련대표단은 서울경기장 주변의 기온과 풍향·풍속등을 모두 측정해 갔다. 스포츠를 국민통합의 주요수단으로 삼고 있는 소련과 동독은 내심 서울대회에서 종합1위를 노리고 강훈련을 계속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북한이 택할 수 있는 길은 하나뿐이다. 모든 억지주장을 철회하고 무조건 서울대회에 참가하는 일이다.
북한이 끝내 보이코트하면 스스로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서울올림픽에 불참하는 외토리 집단으로 전락할 것이며, 자칫하면「사마란치」IOC위원장의 경고대로 92년 올림픽의 출전자격마저 박탈될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동족인 북한이 그런 수치스런 집단으로 전락되는 것을 결코 원치 않는다. 시한은 아직 남아 있다.
북한지도자들은 지금이라도 그들이 서울대회 참가를 선언한다면 온 인류의 박수와 격려를 받을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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