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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정치 거물 포데스타 형제의 엇갈린 운명

중앙일보

입력

거물 로비스트 토니 포데스타. [사진=포데스타 그룹 홈페이지]

거물 로비스트 토니 포데스타. [사진=포데스타 그룹 홈페이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해 대선캠프 선대본부장이었던 폴 매너포트가 '러시아 스캔들' 특검의 1호 기소 대상이 되면서 불똥이 워싱턴의 로비 그룹에게도 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정가의 톱8 로비 기업인 포데스타 그룹의 토니 포데스타(74) 대표가 매너포트 기소와 맞물려 30일(현지시간) 하차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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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미국 언론을 통해 공개된 특검의 소장에서 매너포트가 우크라이나 전 대통령 빅토르 야누코비치를 위해 2014년 포데스타 그룹을 고용해 로비활동을 펼친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포데스타 그룹은 그동안 러시아 은행을 위해 로비 활동을 하면서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이는 등 '러시아 스캔들'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역공을 받아왔다.

러시아 스캔들 특검 기소로 로비 그룹에게 불똥 #로비스트 형은 우크라이나 돈 받고 일하다 사임 #민주당 실세 동생은 우크라이나에 이메일 해킹

토니 포데스타는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폭스뉴스와 보수 미디어의 공격을 받으면서 공공의 임무를 맡는 기업을 운영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사임의 변을 밝혔다.

포데스타 그룹과 함께 '머큐리 퍼블릭 어페어'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해 유럽의 비영리기구에 고용돼 로비 활동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검찰에 따르면 이들 두 로비 그룹을 고용한 실제 물주는 러시아와 특수 관계인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끄는 정당이었다는 것이다.

토니 포데스타는 클린턴 캠프의 선대본부장이자 민주당 막후 실세로 통한 존 포데스타(68)의 형이기도 하다. 형제는 1998년 포데스타 그룹을 함께 설립했다. 하지만 존은 로비 활동에 주력한 형과는 달리 정부와 의회에서 경력을 쌓았다. 지난해 대선 당시 존 포데스타의 e-메일이 통째 위키리크스에 공개돼 끝내 힐러리를 좌절시킨 e-메일 스캔들로 이어지기도 했다.

존 포데스타의 e-메일 해킹에는 공교롭게도 우크라이나의 컴퓨터 계정이 사용됐다. 미 중앙정보국(CIA)는 힐러리 클린턴 선거캠프 관계자들의 메일을 해킹해 위키리크스에 제공한 사람들이 러시아 정부와 연결돼 있다고 확인한 바 있다.

빌 클린턴 정부와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중책을 맡은 데 이어 힐러리 클린턴 캠프에서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존 포데스타. (AP Photo/Patrick Semansky, File)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빌 클린턴 정부와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중책을 맡은 데 이어 힐러리 클린턴 캠프에서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존 포데스타. (AP Photo/Patrick Semansky, File)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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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누설된 메일 중 존 포데스타가 유명 행위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오컬트 의식에 초대받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를 확대 해석해 존의 메일에 소아성애와 인신매매를 뜻하는 암호가 담겨 있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고, 이는 힐러리 클린턴과 참모들이 합세해 아동매춘과 피를 마시는 악마교 의식을 거행한다는 음모론과 가짜 뉴스로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포데스타 그룹은 월마트, 뱅크 오브 아메리카 등 대기업은 물론 독재자 호시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치하 당시의 이집트 포함한 외국 정부를 위해서도 일했다. 지난 20년간 수임료로 2억5200만 달러(약 2800억원)를 벌어들였다. 미국에선 로비가 합법이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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