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시절 취임한 김인호 한국무역협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임기를 4개월가량 남겨놓은 시점이다.
24일 무역협회에 따르면 김 회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열린 이사회에 참석해 사임서를 제출했다. 2015년 2월 취임한 김 회장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김 회장은 “임기는 내년 2월로 만료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현시점에서 사임하는 것이 무역협회의 원활한 기능 수행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사의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정부의 시장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경제를 중시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진 철저한 시장주의자다. 이 때문에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와는 다소 맞지 않는 경제 철학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 시절 선임된 인사 중 문재인 정부와 다른 시각을 가진 이들이 김 회장을 시작으로 이른 사퇴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김 회장은 행정고시 4회로 공직을 시작했고 공정거래위원장을 거쳐 김영삼 정부 말기 외환위기 때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다. 1998년 외환위기 책임론에 몰려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혐의로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와 함께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하지만 6년간의 재판 끝에 세 번의 재판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정책위원회 민간위원장, 시장경제연구원 이사장을 맡았다.
무역협회장을 역임하는 동안에는 잠실 마이스(MICE: 회의·관광·전시·이벤트) 단지 건립 추진, 무역센터 기능 재정비 등을 통해 무역협회 활동의 외연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