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니 삼켜 목구멍 막힌 노인, 시민 하임리히 요법으로 구조

중앙일보

입력

틀니가 목으로 넘어가 무호흡 상태에 빠진 독거노인을 한 시민이 응급조치로 구조했다.

지난 18일 오후 1시경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이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익주(50)씨는 자신의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A(77)씨로부터 "동사무소에 가려는데 거동이 불편하니 좀 데려다 달라"는 요청을 받고 A씨를 부축해 길 건너에 있던 안산이동주민센터를 방문했다.

A씨의 목구멍을 막고있던 건 틀니였다.(좌), 틀니.(우) [연합뉴스, 무료 이미지]

A씨의 목구멍을 막고있던 건 틀니였다.(좌), 틀니.(우) [연합뉴스, 무료 이미지]

그러나 주민센터 민원실에 도착하자마자 A씨는 '캑캑' 소리를 내며 기침을 하고 호흡을 멈추더니 이내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주민센터에 있던 시민과 공무원 10여 명은 갑작스러운 사고에 놀라 발만 동동 굴렀다.

체육학을 전공해 응급조치 교육을 이수했던 김씨는 A씨가 쓰러질 당시 목이 막힌 듯한 소리를 내면서 얼굴색이 창백하게 변한 점에 주목했다.

김씨는 기도폐쇄를 의심해 주변 시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A씨를 일으켜 세운 뒤 '하임리히 요법'을 실시했다.

하임리히 요법은 환자의 뒤에서 손으로 명치 아래를 힘껏 끌어올려 자극하는  응급 처치다.

김씨가 A씨에게 하임리히 요법을 실시했다. 바닥에 떨어진 틀니. [연합뉴스]

김씨가 A씨에게 하임리히 요법을 실시했다. 바닥에 떨어진 틀니. [연합뉴스]

10여 차례 이어진 응급조치 덕에 A씨는 입에서 이물질을 뱉으며 호흡을 회복했다.

A씨의 목에서 나온 건 실수로 삼킨 것으로 추정되는 5㎝ 남짓한 틀니였다.

응급조치 후 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현재 의식을 회복한 뒤 지병 치료를 받고 있다.

가족 없이 홀로 지내는 A씨는 요양병원 입소를 위한 서류 신청을 위해 주민센터를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식당 개업 전 적십자 봉사활동을 하며 배웠던 하임리히 요법이 생각나 급히 응급조치를 했다"며 "A씨가 병원에서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김씨의 빠른 응급조치로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라며 "A씨의 건강이 회복되는 대로 감사장이나 시 차원의 표창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여현구 인턴기자 yeo.hyu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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